매일신문

[단독]경북도 '저탄소·반영구' 원자력 추진선 만든다

대형선박에 용융염원자로(MSR) 모듈 탑재해 20년 넘게 선박 동력 확보…방사능누출 사고 위험 작아
경북도 올해부터 4년간 국비 690억 투입…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개발, 한국해운협회가 수요처 제안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 확보, 사회적 합의 등 해결 과제도

경북도청 전경
경북도청 전경

경상북도가 소형모듈 방식의 용융염원자로(MSR·Molten Salt Reactor)를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대형 선박의 동력원으로 쓰는 '원자력 추진선'을 개발한다.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적고 반영구 저탄소 발전이어서 강점이 클 전망이다.

경북도는 이르면 이달 말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지에서 한국해운협회, 한국원자력연구원(문무대왕과학연구소)과 업무협약을 맺고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MSR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하나다. 핵연료 물질을 녹은 불소염이나 염화염에 섞어 핵연료이자 냉각재로 동시에 활용하는 수명 30년의 4세대 원전 기술이다.

용융염은 고압용기 내 800℃가 넘는 고온에서 유체(액상)를 유지한다. 정지, 파손 등 사고 시 식으면서 핵연료 물질과 함께 굳는다. 기존 우라늄 원자로는 핵반응이 멈춰도 잔류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열을 내므로 냉각 기능이 마비되면 멜트다운 사고 위험이 크지만, 용융염로는 반대로 녹아 있던 것이 굳어 이론상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

원자력연구원은 올해부터 4년 동안 기술연구개발 국비예산 690억원을 들여 MSR 기술과 실증 상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원자력연구원은 10~30㎿가량의 표준 MSR 모듈을 개발한 뒤 이를 시장 수요가 가장 많은 선박부터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10만 톤(t) 항공모함은 25㎿ 원자로 4개(총 100㎿)를 탑재해 그중 2개(50㎿)만으로 동력과 내부용, 전투기용 전력을 충당한다"며 "연안 선박에는 부피 3㎥ 전기출력 5㎿인 MSR 모듈 1개면 충분하다. 선박이 클수록 더 많은 모듈을 조립하면 돼 설계 편의도 높다"고 설명했다.

외항 해운선사 단체인 해운협회는 원자력 추진선 연구개발에 참여하면서 업계 수요, MSR 기술개발 현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협회는 고유가 디젤연료, 향후 탄소세 납세 부담 등을 들어 기술 개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선사들은 국제기구 협의에 따라 향후 탄소 배출 선박 연료에 세금을 매기는 '글로벌 탄소세'를 내야 해 동력원 대체가 시급하다.

경북도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경주에 SMR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원전 생산 및 유지·보수 기반 확보, 국내 건조, 해운사 투자 등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앞서 삼성중공업도 원자력연구소와 손잡고 MSR 연구개발에 뛰어든 바 있다.

해결 과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기술 확보와 사회적 합의다. 선박 수명(최대 30년)이 지나면 배에서 분리한 MSR 모듈을 어디로 운반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처리장 설치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앞서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 뛰어든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과 경쟁해 기술을 선점하고자 한다. 원자력 추진선 기술을 조기 확보해 해운선사 편의도 높이고 글로벌 산업 발전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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