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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51>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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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현대문학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현대문학 펴냄

어렸을 때 나에게 책은 독후감을 쓸 때나 간혹 필요했던 것으로 지루한 글자만 가득한, 수학 문제만큼 따분한 물건이었다.

학교에서 독후감을 내라고 하면 그저 집에 돌아다니는 위인전 중에 글자가 가장 적고 그림이 많은 것을 골라서 해마다 비슷한 내용의 독후감을 제출하고는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대학생 언니가 사온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저)를 알게 되면서 책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내게 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됐다.

가난하고 똘똘한 다섯 살 제제의 슬픈 사연을 읽고는 펑펑 울었다. 제제가 얼른 부자가 되어서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은 따분한 것이 아니라 감동과 재미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후 성인이 되어 도서관과 인연이 닿았다. 사서로 일하게 되면서 재미있는 책, 괜찮은 책들을 추천해 달라는 도서관 이용자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권의 작품보다는 특정 작가의 작품들을 시리즈로 추천해 주곤 했다. 작가도 사람인지라 어떠한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글을 쓰는지 알려면 한 권의 책보다 여러 권을 읽어보면 깊이 있게 알게 되고, 좀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소설가로는 김훈, 김영하, 구병모 에세이 작가로는 이석원, 임경선, 장석주 등을 꼽아본다.

하지만 그중 내게 최고의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나는 그의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자전적인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소설가로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 내용 중에 '소설가들은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 쪽에 속하고, 머리가 좋은 소설가는 결국 오래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듯 의자에 앉아서 원고지 20매를 규칙적으로 채워나간다는 그는 자신의 성공은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노력과 성실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역이고 나이든 노인이 쓰는 소설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작가를 꿈꾸는 것 같다. 독자로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점점 더 발전하는 그의 미래의 소설이 기대된다.

임지은 대구중앙도서관 사서
임지은 대구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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