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뉴 관광지] <16 > 천∼천히 걸으러 가요…의성

고운사·사촌마을·금성면 일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여유로움 충전
봉양면 의성마늘소, 단촌면 마늘닭, 낙단보 주변 장어탕 등 먹거리도

고운사 천년숲길. 의성군 제공
고운사 천년숲길. 의성군 제공

의성군은 경상북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중앙고속도로와 상주영덕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라 접근성이 좋다. 의성을 대표하는 고운사 천년숲길은 가볍게 걷기 좋으며, 숱한 유학자를 배출한 사촌마을에서는 전통 한옥들을 둘러보며 고즈넉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과거로의 회귀를 원한다면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아있는 금성면 제오리가 제격이다. 겨울 막바지인 2월 중순부터 봄 사이 가족·지인과의 동반은 물론 나 혼자서도 가뿐하게 떠날 수 있는 의성 명소들을 소개한다.

◆고운 황토 숲길 품은 고운사

'구름을 타고 오른다'는 등운산(騰雲山) 자락에 있는 고운사는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해 고운사(高雲寺)로 불렸지만 신라시대 최고의 지성인 고운(孤雲)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며 스님들과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한 인연으로 그의 호를 따라 지금의 고운사(孤雲寺)가 됐다. 고운사 들어가는 길에는 최치원문학관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 등 경북 북부지역의 사찰 60여 개를 관할하는 큰 절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자랑하는 호젓한 절이지만 볼거리는 풍성하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가운루, 눈동자가 따라오는 호랑이그림, 영조의 어첩을 봉안한 연수전 등이 대표적이다.

고운사가 더 특별한 이유는 고운사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km 가량의 흙길 '천년숲길' 때문이다. 길 양쪽으로 높게 자란 소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세월만큼 굵어지고 휘어진 나무들이 그윽한 길을 내준다. 고운 황톳길이라 날씨가 좋으면 맨발로 걷기에도 좋다.

사촌마을 만취당. 의성군 제공
사촌마을 만취당. 의성군 제공

◆느린 걸음으로 사촌마을 한바퀴

의성(義城)은 '의로운 성'이라 이름할 만큼 의로운 선비가 많았고 반촌마을이 많았다. 의성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반촌인 사촌마을은 아기자기 소담한 돌담 너머 선비의 절개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전통마을이다.

사촌(沙村)이란 마을 지명 유래는 마을 주변의 협곡에 의해 사토가 퇴적돼 마을 땅이 비옥하기 때문에 사촌이라고 붙여졌다는 설과 중국 동산시절에 서유자라는 선비의 고향이 사진촌 또는 사촌이었는데 안동 김씨 입향조가 서유자를 동경했던 까닭에 사촌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사촌마을은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시골 마을인 듯 보이지만 송은 김광수, 서애 유성룡, 천사 김종덕 등 40여 명의 과거 급제자와 뛰어난 유학자를 배출한 명문 마을이다. 임진왜란과 일제 침략 때는 의병활동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임진왜란 당시 마을 대부분 불태워져 현재 남아있는 고택은 100여년 전 지어진 것들이다. 30여 채의 전통가옥이 있고 이 중 대표적인 건축물이 1585년 완공된 만취당(보물 제1825호)이다. 만취당은 퇴계 이황의 제자인 만취당 김사원이 학문을 닦고 후배들을 기르기 위해 세운 건물로 규모가 웅장하고 건축 양식이 특이하다.

만취당 가는 길목에는 500년 정도 수령의 향나무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시인 송은 김광수가 심은 것으로 만년 동안 푸르게 살라는 의미에서 만년송이라 불렀다.

사촌마을 서편 매봉산 기슭을 따라 늘어서 있는 사촌가로숲은 풍수적으로 부족한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방풍림이다. 길이 1천40m, 폭 40m에 이르는 이 숲을 거닐다 보면 마치 그림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금성면 고분군. 의성군 제공
금성면 고분군. 의성군 제공
눈 내린 산운마을. 의성군 제공
눈 내린 산운마을. 의성군 제공

◆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금성면 일대

금성면은 삼한시대 조문국이라는 부족국가가 있던 곳으로 신라에 편입된 뒤에는 정치·경제·문화 측면에서 북방 거점이었다. 금성면 대리리·학미리·탑리리 일대에는 조문국의 크고 작은 374기의 고분들이 있는데 이를 묶어 '의성 금성면 고분군'이라 한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5호로 지정됐다.

제1호 고분인 경덕왕릉의 고분 앞에는 봉분 모양의 고분전시관이 있으며 내부에는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과 출토 유물·유구 등이 보존돼 있다. 겨울에는 볼 수 없지만 5월에는 작약꽃이 만발해 웨딩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인근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와 의성조문국박물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고분군에서 자동차로 5분 떨어진 거리에는 산운마을 및 산운생태체험관이 있다. 영천이씨 집성촌인 산운마을은 의성에서 대감마을로 불리는 전통 양반촌이다.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여 산운(山雲)이라 이름 붙여질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마을 북쪽과 북동쪽에 수정사를 사이에 두고 금성산과 비봉산이 위치하고 있다. 금성산의 마을 쪽 골짜기에는 저수지가 있어 논이 펼쳐져 있다. 마을 남쪽에도 쌍계천이 흘러 주변에 농경지가 발달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선녀가 거울 앞에 않아 머리를 빗는 절묘한 형국이라 전해진다. 수많은 애국지사와 선비를 배출했고 현재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제242호)와 운공당, 점우당, 소우당 등 40여 채의 전통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고즈넉한 담장과 기와지붕을 보며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기 좋은 마을이다.

마을 안에는 옛 산운초등학교 자리에 조성한 산운생태공원도 있다. 공룡체험을 할 수 있는 야외 생태학습장 등 생태관과 자연학습원을 겸비한 공간이다. 50여 종에 이르는 나무와 풀, 꽃들이 자라고 있으며 연못, 분수, 나무다리, 관찰데크, 쉼터, 산책로 등도 조성돼 있다.

산수유마을. 의성군 제공
산수유마을. 의성군 제공

◆봄 명소는 바로 여기

사곡면 산수유마을의 진가는 봄이 돼야 발휘한다.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되면 마을 곳곳에 산수유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룬다. 산과 논두렁, 도랑둑을 짙은 노란 물감으로 채색해 놓은 듯한 산수유꽃 행렬이 10리 넘게 이어지며 절경을 자랑한다.

산 정기가 좋아 주변에 인물이 많이 난다는 다인면 비봉산(飛鳳山)과 이 산이 품고 있는 대곡사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명소다. 해발 579.3m의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100리나 되는 긴 계곡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안계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산세가 절묘하다.

춘산면에 있는 빙계계곡(천연기념물 제527호)은 삼복더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와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엔 더운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신비의 계곡이다.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2km에 걸쳐 크고 작은 빙혈(얼음구멍)과 풍혈(바람구멍)이 있고, 단층 기단 위에 올린 오층 석탑형식을 하고 있는 빙산사지오층석탑도 볼 수 있다.

◆의성으로 별미여행 떠나볼까

의성은 한지마늘 전국 최대 생산지라 마늘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성마늘소와 마늘닭이다.

의성마늘소를 맛보려면 의성IC가 있는 봉양면 마늘소 먹거리타운으로 가면 된다. 의성마늘을 먹고 자란 최고 등급의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이 지역 사람들보다 도시민들의 발길이 더 잦은 곳이다.

마늘닭은 마늘의 고장답게 원조격인 단촌면은 물론 의성읍, 봉양면 등 의성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의성읍의 한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의성마늘빵도 별미다.

옥산면에 있는 의성농가맛집 1호에서는 마늘과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밥상을 선보인다. 주변이 온통 사과밭이라 시골정취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이 흐르는 단밀면 낙단보 주변은 장어탕과 민물매운탕이 인기다. 고분군 등 관광명소가 즐비한 금성면은 손칼국수와 한우가 유명하다.

전통시장 대표 인기 메뉴로는 의성시장(의성읍)의 연탄불에 구운 닭발, 안계시장(안계면)의 닭불고기와 추어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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