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억짜리 영주 선비기관차 '온통 중국산'…견적서 넣어보니 2천500만원?

입찰공고문에 국산 부품 사용 명시…상당수 부품 중국산 확인, 다른곳 중국산 전기차 판박이

선비세상에 운행 중인 전기기관차. 마경대 기자
선비세상에 운행 중인 전기기관차. 마경대 기자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기관차. 마경대 기자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기관차. 마경대 기자

입찰 담합 혐의(매일신문 2022년 8월 17일 등 보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북 영주 선비세상 전기기관차가 상당수 중국산 부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공고문에는 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했으나 이를 어겼는데도 납품 과정 등에서 걸러내지 못해 부실 검수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영주시는 입찰공고문을 게시하며 '열차는 국내 제작 및 설치 물품이어야 한다. 해당 부품은 국내에서만 제작, 설치해야 하며 제작 및 설치 과정은 감독관이 직접 검수한다. 외관모형, 열차 철구조물(프레임 등)은 반드시 국내 제작 및 설치 물품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소규모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이 중국산이었고, 전문가들도 "중국산을 수입해 외형의 색깔 등을 변형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열차 엔진 덮개 등은 국산 제품 표기가 돼 있었으나 외관모형 등 대부분의 장치는 중국산 또는 미표기돼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차는 다른 지역에서 운행하는 중국산 전기기관차와 매우 흡사했다. 또한 시방서에서 제시한 기관차의 내부 LED, 외관 LED파노라마, 객차의 내부 LED, 외관 LED파노라마, 레터링 LED(지면) 등 편의시설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연무발생기인 포그머신은 설치돼 있었지만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영주시는 전기차 한 세트를 3억8천여만원에 구입했다.

중국산 부품으로 전기차를 만들면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 본 결과 선비세상에 운영 중인 전기차와 사양이 비슷한 26인승 경우 한 세트에 2천500만원이 책정됐다. 단 선비세상 전기기관차에 비해 길이는 1m는 짧았고, 배터리 사양도 조금 낮았다.

선비세상에 운행 중인 전기기관차의 핸들. 마경대 기자
선비세상에 운행 중인 전기기관차의 핸들. 마경대 기자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기관차의 핸들. 마경대 기자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기관차의 핸들. 마경대 기자

한 전기기관차 판매업체 관계자는 "외관 모형으로 부착한 한옥 지붕을 빼면 중국산과 똑 같다. 중국산에 기와 지붕 올리고 부속 몇 개 바꾼 전기차의 가격이 10배 이상 비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납품업체 대표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영주시 관계자는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은 국산을 사용했고 LED등은 조잡해서 설계변경한 뒤 입찰금액에서 3천만원가량을 감했다. 그리고 국내 수급이 안되는 부품은 중국산을 사용했다"며 "평지를 운행하는 전기기관차와 오르막을 운행하는 선비촌 전기기관차와는 사양 자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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