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경찰관과 청탁을 받고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 한 경찰관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구지검 형사1부(조홍용 부장검사)는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경북경찰청 소속 A(42) 경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A 경사의 청탁을 받고 적극적으로 혐의를 숨겨주려 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B(39) 경사도 직무유기, 증거은닉,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건은 2021년 11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A씨는 급전을 빌리려 서류 등을 조작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수수료를 내는 이른바 '작업대출' 과정에서 우연히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됐다.
대출업체에 알려준 A씨의 계좌에는 어느새 3천만원이 입금됐다. A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자신이 송금받은 금액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임을 인식했으나, 피해자에게 돌려주긴커녕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시한 계좌로 송금해버렸다.
이 사건으로 수사대상이 된 A씨는 2021년 11월 담당 경찰관인 B씨에게 수사 무마를 청했다. 놀랍게도 B씨 역시 피해자의 편에 서는 대신 A씨의 청탁에 따라 사건을 묻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우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종결하고자 후속수사를 지연하면서, 관련 계좌추적 영장을 고의로 집행하지 않고 유효기간을 넘겨 집행을 못하게 만들었다.
A씨에게 불리한 증거는 외면하고, 유리한 정황이 담긴 증거만 선별적으로 찾아내기도 했다. 2021년 12월, 사건 피해자가 A경사가 보이스피싱 정황을 알고 있었다 시인하는 녹음파일을 제출하려하자 B씨는 이듬해 1월까지 증거 접수를 거부했다.
통신기록도 A씨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 분석해 제출했다. A씨의 혐의가 드러나는 통화녹음 파일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반면 무혐의 주장에 쓸 채팅 내역은 선별적으로 복구하는 방식으로 A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한 것이다.
또 A씨 소속기관으로의 '공무원 수사개시통보'를 늦춰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40일 이상 지연시키기도 했다.
미제로 사건을 덮으려던 이들은 검찰의 재수사요청에 대비,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진정성이 없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신분을 속이고 피해금액에도 훨씬 못 미치는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검찰에 사건이 송치될 것으로 보이자 피해자에게는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덜미가 잡힌 건 지난해 8월, 사건을 넘겨 받은 대구지검에서 사건 송치 당시 누락된 디지털포렌식CD를 확보하면서다. 대구지검은 여기서 A가 인터넷 검색으로 해당 대출업체가 과거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이력을 알고도 송금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A의 휴대폰을 압수해 B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는 녹음파일까지 발견,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A씨는 지난달 6일 구속기소됐으며 B씨는 지난 2일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송치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직접 보완수사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명확히 규명하고 엄정대처할 예정"이라며 "검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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