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스톰보이’

1976년 동명의 영화 리메이크
펠리컨과 주인공의 교감 통해
자연과의 공존 메시지 전해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프리 윌리'(1993), '늑대개'(1994), '아름다운 비행'(1996)….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힐링 영화들이다. 범고래와 늑대, 야생 거위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외에도 많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공존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주곤 했다.

이번 주 개봉된 '스톰보이'(감독 숀 시트)는 흔치 않게 펠리컨이 주인공이다. 호주 영화라서 그렇다. 이 영화는 동명의 1976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은 1964년 콜린 티엘이 발표한 동명의 소설로 호주에서는 누구나 읽어야 하는 국민 소설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3년 '폭풍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아버지(제이 코트니)는 어린 아들 마이클(핀 리틀)을 데리고 펠리컨 서식지 인근 해변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작은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마이클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해변이다. 어느 날 버려진 펠리컨 새끼 세 마리를 발견한다. 사냥꾼에 의해 어미를 잃어 자연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클은 호주 원주민 핑거본(트레버 제이미슨)의 도움으로 새끼들을 구조해 데려온다. 아버지는 곧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마이클이 보살핌 덕분에 새끼들은 건강하게 자란다. 특히 퍼시벌이라고 이름붙인 펠리컨은 유독 마이클을 잘 따른다.

영화는 깃털도 나지 않은 작은 새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 줄 곳이 없어 외로운 마이클에게 이 어린 생명은 자연이 준 선물이었다.

'스톰보이'는 노년이 된 마이클(제프리 러쉬)로 시작한다. 회사 창업주인 그는 나이가 들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회사를 물려받은 사위는 채굴사업을 새로 벌인다. 환경운동가들은 자연을 파괴할 채굴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마이클이 속한 이사회에서 승인만 얻으면 사업이 본격 진행된다. 시위 현장을 지나던 마이클은 시위대 속에서 원주민 핑거본과 펠리컨의 환상을 본다. 그리고 영화는 마이클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간다.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모든 동물 영화들이 그렇듯 자연과의 공존이다. 자연의 적은 항상 인간의 탐욕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이 문제다. 펠리컨의 서식지 또한 사냥꾼들의 총소리로 위협을 받고 있다.

마이클은 생명을 아끼는 순수한 인간성을 대표한다. 연약하고, 상처받고 외로운 존재로, 어떻게 보면 펠리컨처럼 자연의 일부인 셈이다.

요즘 영화는 CG가 발달해 연기하기 어려운 동물들은 모두 디지털 작업으로 만들어낸다. 해리슨 포드 주연의 '콜 오브 와일드'(2020)는 1890년 골드러시 시대 세인트 버나드 견종의 벅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개들과 늑대, 회색 곰 등을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냈다. 벅은 캡처 전문배우인 테리 노터리가 연기했다. 결국 해리슨 포드는 개를 한 번도 못 본 상태로 영화를 촬영했다.

그러나 '스톰보이'는 조류 조련사의 훈련을 거쳐 실제 펠리컨들을 촬영했다. 어린 새끼부터 커가는 모습 들을 모두 진짜 펠리컨과 배우가 함께 호흡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세 마리의 펠리컨을 다섯 마리가 번갈아가며 연기해 완성했다.

'스톰보이'는 동물과 함께 인간과의 소통과 공존도 강조하고 있다. 원주민 핑거본에 대해서는 신비로운 존재감을 부여한다. 핑거본은 자연의 힘을 받아들이며 소중하게 지키는 존재다. 그는 폭풍 속에서 걸어 나온 마이클에게 '만타우 야우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바로 폭풍 소년, 스톰 보이라는 의미다.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영화 '스톰보이'의 한 장면.

특히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도 담아낸다. 아버지는 마이클에게 다정한 인물이 아니다. 그 또한 큰 상처가 있기에 외부와 담을 쌓고 살아간다. 그저 하루하루 생존에만 급급한 메마른 사람이다. 그래서 마이클에게도 따뜻한 아빠가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펠리컨을 통해 마이클과 소통을 시도한다. 바다에 표류한 아버지를 퍼시벌이 구하면서 가족의 상처와 갈등도 봉합이 된다.

'스톰보이'는 잔잔하면서 소박하게 이러한 메시지들을 던져준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파도와 푸른 하늘, 모래언덕과 바람을 맞고 선 풀들을 보여주면서 공존하는 인간의 진폭을 생각하게 한다. 작은 새들이 커 가듯, 인간 또한 상호 작용하며 갈등과 고민, 상처와 연민 등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것이다. 노년이 된 '샤인'(1997)의 제프리 러쉬를 보는 것도 반가운 영화다. 99분. 전체 관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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