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난방비 고지서가 도착하면서 일반 가정집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 온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화훼농가와 목욕탕, 세탁소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급증하는 난방비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5일 찾은 불로동 화훼단지에는 꽃을 사러 온 손님들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3년 만에 기념일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농가 상인들은 진열된 꽃과 식물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화훼시설을 운영하는 이성해(65) 식스팜원예복지협동조합 대표는 "설 연휴가 지나면 졸업식과 입학식을 앞두고 꽃다발과 봄꽃을 찾는 사람들로 단지가 활기를 띠지만, 올해는 아직도 휑하다"며 "난방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손님까지 줄어드니 걱정이 태산이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등유 한 말(18ℓ) 가격이 지난해에는 2만3천원이었는데 올해는 3만2천원으로 올렸다"며 "지난해 한 장에 600원 하던 연탄도 지금은 800원이 넘어 전체적으로 난방비가 30%는 족히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기념일 특수' 사라지고 폐업 가속화
건조기와 세탁기, 탈수기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세탁소와 온종일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목욕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북구에서 세탁소를 운영 중인 최석구(74) 씨는 최근 온열기 사용을 크게 줄였다. 일을 하면서 손과 발이 시릴 때만 잠깐 켜둘 뿐이다. 환해야 할 세탁소 내부도 전구 하나만 달랑 켜져 있었다.
최 씨는 "전기료도 많이 올라서 불도 작업하는 곳 딱 한 군데만 켜고 있다"며 "전등을 여러 개 켜야 밖에서 보고 손님들이 오는데, 전기료 부담 탓에 그냥 깜깜하게 해놓고 쓴다"고 말했다.
최재술(54) 한국세탁업중앙회 대구경북통합지회장은 "세탁소는 대부분 전기 보일러를 많이 쓰는데, 최소 전기료가 10% 이상은 다 올랐을 것이다"며 "30년간 영업을 했지만, 겨울에 전기세가 30만원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이클리닝 용제(기름), 비닐 포장, 옷걸이, 약품, 세제 등 원자재 가격도 전부 두 배 정도 올랐는데 매출은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올해도 5~60곳의 세탁소가 경영 악화로 폐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65) 씨는 눈물을 머금고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밤 11시까지 운영하던 목욕탕은 이제는 저녁 7시가 되면 불이 꺼진다. 손님은 줄고 있는데 난방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만원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에는 200만원에서 250만원 사이에서 난방비가 나왔는데 이번 달은 300만원이 넘어간다"며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겨울철에 모든 요금이 이렇게 올라버리니 답이 없는 상황인 데다가 요금 인상이 이제 시작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반 가정도 "아낄만큼 아꼈는데도…"
최근 훌쩍 뛴 난방비와 전기료 부담에 가계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4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문모(38) 씨는 "작년 1월에 청구된 요금이 7만4천원이었는데, 올해는 12만4천원이 나왔다"며 "이사를 간 것도 아니고, 난방도 거실하고 안방만 돌리는 상황인데도 5만원이 더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문 씨는 "아기를 키우다 보니 무작정 온도를 낮출 수는 없어서 수면 양말을 신기거나 옷을 하나 더 입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구 신천동에 거주하는 배모(50대) 씨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 사용량은 거의 같은데 난방비는 5만원이 더 나왔다"며 "난방비가 오른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아낄 만큼 아꼈는데도 이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은 4차례에 걸쳐 1MJ(메가줄) 당 5.47원이 오르면서 1년 만에 14.22원에서 19.69원이 됐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 3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랐고, 올해 1분기에만 13.1원이 추가로 올랐다.
이에 더해 올 한 해 동안 지난해 인상된 가스 요금의 1.5배 규모인 1MJ 당 8.4원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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