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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구합니다"… 전쟁 여파에 신부전 반려동물 비상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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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희 씨(38)의 반려묘
서승희 씨(38)의 반려묘 '버니'는 11살이다. 지난 3월 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부터 집에서 매일 피하수액 치료를 받고 있다.

재난문자가 울릴 때마다 반려인들은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한다. "우리 강아지는 어떻게 데리고 나가지?" "고양이 이동장은 어디 있더라?" 위험이 닥쳤다는 소식 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집 안에서 자신만 바라보고 있을 반려동물의 얼굴이다.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만큼 재난 상황에서도 이들을 두고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산불 당시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거나 이동 방법을 고민하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의료용 주사기와 수액팩 등 일부 의료 소모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만성질환을 앓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부전 진단을 받은 노령묘를 키우는 서승희 씨(38)는 "사람들에게는 주사기 하나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이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반려동물 관련 물품은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 중동 전쟁 여파에 반려동물 비상

서 씨의 반려묘 '버니'는 11살이다. 지난 3월 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부터 집에서 매일 피하수액 치료를 받고 있다. 고양이 신부전은 노령묘에게 흔한 질환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소변량이 급격히 늘어나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몸속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수분 공급이 필수인데 집에서 직접 피하수액을 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피하수액은 혈관에 직접 놓는 정맥 수액이 아니라 피부 아래 공간에 천천히 수액을 주입해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액팩과 함께 일회용 50cc 주사기, 나비침, 굵은 바늘, 알코올솜 등이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이 물품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주사기와 수액팩의 주요 원료인 석유화학 제품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서 씨는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사기나 나비침은 아예 품절인 경우가 많다"며 "수액은 그나마 3~4주 뒤 예약이라도 되는데, 매일 집에서 1~2번씩 수액을 놓으려면 주사기와 나비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의료 물품들은 뉴스에도 나오고 빨리 대책이 마련되는 것 같은데 반려동물 관련은 늘 후순위인 느낌"이라며 "결국 보호자들끼리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알아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주사기 구합니다', '나비침 몇 개만이라도 구할 수 없냐'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남은 재고를 서로 나누거나 구매 가능한 사이트 정보를 공유하며 버티는 상황이다.

피하수액은 혈관에 직접 놓는 정맥 수액이 아니라 피부 아래 공간에 천천히 수액을 주입해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액팩과 함께 일회용 50cc 주사기, 나비침, 굵은 바늘, 알코올솜 등이 필요하다.문제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이 물품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피하수액은 혈관에 직접 놓는 정맥 수액이 아니라 피부 아래 공간에 천천히 수액을 주입해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액팩과 함께 일회용 50cc 주사기, 나비침, 굵은 바늘, 알코올솜 등이 필요하다.문제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이 물품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의 어려움은 개인 보호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동 전쟁 이후 의료용 주사기 공급이 인체 의료 현장에 우선 배정되면서 동물병원들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동물병원은 주문 물량의 일부만 공급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광견병 예방접종 사업을 연기한 지방자치단체도 나왔다.

대한수의사회는 사태가 장기화하자 사상 처음으로 중국산 동물용 주사기를 긴급 수입해 전국 동물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병원 역시 사람과 동일한 주사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 부족 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동물병원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사기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유통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동물병원이 인체용과 동일하거나 일부 특화된 주사기를 사용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에 대해 실질적인 수요 파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위기 상황에서는 여전히 제도 밖

이번 주사기 품귀 사태는 단순한 의료 소모품 부족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위기 상황은 과연 어디까지 반려동물을 고려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산불과 집중호우,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려인들은 비슷한 고민에 직면해 왔다. 재난문자가 울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의 안전이듯, 많은 보호자들에게는 반려동물 역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존재다.

경북 산불에서 구조된 강아지가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민간구조단체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경북 산불에서 구조된 강아지가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민간구조단체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반려동물 가족의 안전을 위한 재난 대피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지만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대피소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당수 대피소가 동물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분리되거나, 보호자가 대피를 망설이는 상황도 발생한다.

현행 재해구호법 역시 구호 대상을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여전히 보호 대상이 아닌 재산으로 분류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22년부터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머물 수 있는 '동반 대피소' 지정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반려동물 동반출입 가능업소 안내 표지판. 대구시 제공
반려동물 동반출입 가능업소 안내 표지판. 대구시 제공

◆ 인간=동물 동등? "그건 아냐"

반면 사회의 모습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반려동물 보험과 장례 서비스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식당과 카페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대구시는 올해부터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확대를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서는 등 관련 제도의 안착을 추진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주사기 품귀 사태처럼 의료 물품 공급이 부족해지면 동물병원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물병원들이 사용하는 일부 주사기는 인체용과 동일한 제품이어서 공급 부족 시 동물용 수요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재난 상황에서도 반려동물은 공식 구호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의료 물품이나 재난 구호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사람이 쓸 주사기도 부족한데 동물까지 챙길 여력이 있느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과 공공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는 별개"라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반려인들은 이번 논의가 사람과 동물 중 누가 더 중요한지를 가리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을 동일한 기준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재난과 의료 체계 역시 변화한 사회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려인들은 "사람과 동물을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만큼 재난과 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반려동물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당에는 함께 들어갈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하며, 마지막 순간에는 장례를 치르는 시대다. 반려동물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이 됐다. 그러나 전쟁과 재난, 의료 자원 부족 같은 위기 앞에서 그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중동 전쟁이 불러온 작은 주사기 품귀 현상은 결국 우리 사회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가족이 된 반려동물을 우리는 어디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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