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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기승전, 역(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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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의(서대원/ 을유문화사/ 2011/ 초판14쇄)

봄이다, 새봄. 만물이 돌고 돌아, 흐르고 흘러 다시 봄이다. 우주에 변함없는 진리 중 하나가 시·공간의 영속성 아닐까. 무한한 우주는 끊임없이 흐르고 순환한다. 그래서 세월은 계속 흐르지만, 해마다 따뜻한 봄날을 마주한다.

사람도 인생사 안에서는 영속한다. 어린애가 노인이 되듯, 변화를 거듭하면서. 긴 삶이지만, 장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굴곡이 많으리라. 굴곡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책은 없을까? '주역'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 준다. 영속하며 순환하는 세계와 조화되는 방편과 지혜, 주역에 모였다.

'주역강의'는 '주역'을 해설한 책이다. 30여 년 주역을 읽고 쓴 저자 서대원이 주역 본문을 현대사회에 대입해서 풀이했다. 본문 64장을 모두 하나씩, 개인이 놓인 특정한 시기나 상황, 계층으로 설정하고, 현실을 헤쳐 나갈 지략을 설명한다. 해박한 지식으로 원문을 풀이하는 솜씨가 놀랍다. 책 중간중간 '주역과 세상 풍경'에 실은 일화는 주역으로 세태를 들여다보기에 안성맞춤이고.

혹자는 말하리라. 주역을 엮은 중국 고대사회와 현대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데, 그때 사람 세계관을 지금에 빗대어 말할 수 있겠냐고.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 범위를 좀 더 넓혀 보자. 서두에 말했듯 우주에 항상성을 가지면서 바뀌는 인자가 둘 있다. 시간과 공간. 그 속에 사람이 모인 사회도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영속한다. 오르막 내리막인 우리 삶이, 변하는 시·공간에서 '타인을 포함한 세상과 조화하는 방책'을 통찰한 책이 『주역강의』다.

책은 주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어떤 사태나 사건이 빚을 길흉 판단을 많이 서술했기에 점서(占書)로 볼 여지도 있으나, 주역은 그런 수준을 넘어 "천지 만물이 변하는 궁극 원리를 밝힌 책"이고,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의 처세를 기록한 철학서"라고 강조한다. 역학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주역으로 "미래를 점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고, 타당성도 전혀 없다"고 확고히 말한다.

읽다 보면 '억지 춘향' 격으로 꿰맞춘 듯한 무리한 상상력(?)도 보인다. 저자 스스로 밝히듯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와 과도한 구체화의 오류"로 지적할 부분도 몇 구절 보이고. 이런 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읽기를 권한다. 한 분야에 30년 이상 내공을 쌓은 사람의 실력을, 독자인 우리가 인정함은 마땅하지 않겠는가.

급하게 읽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한 구절씩 새겨보시라. 독자가 지금 호시절을 누리든 와신상담 중이든, 그 시기를 유유히 넘어서고, 지금보다 더 멀리 나아갈 역량을 '주역강의'가 분명히 주리라.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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