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철 비상탈출 수단 '스파이럴 슈트' 직접 타보니…

8m 내려가는데 성인 남성 1분걸려...노약자는 더 걸릴 듯
대구교통공사 "스파이럴 슈트는 최후의 수단일 뿐"

3호선 열차 안에서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스파이럴 슈트 설치가 완료된 모습. 박성현 기자
3호선 열차 안에서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스파이럴 슈트 설치가 완료된 모습. 박성현 기자

"발과 몸을 움직여 밑으로 내려가셔야 합니다."

22일 오후 3시쯤 대구교통공사 경영진이 칠곡차량기지사업소에 모였다. 지상으로 연결된 도시철도 3호선이 비상 상황에 취약하다는 지적(매일신문 2월 19일)에 따라 이를 직접 체험하고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도시철도 3호선 열차 양 끝에 각 2개씩 모두 4개의 비상 탈출 수단인 '스파이럴 슈트'가 있다. 스파이럴 슈트란 항공기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탈출 장치로 나선형 구조로 지상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3호선에 설치된 스파이럴 슈트는 미끄럼틀처럼 바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움직여 지상까지 내려가는 구조였다. 이날 성인 남성이 약 8m를 내려가는데 1분 정도가 소요됐다. 5명이 내려가는 데에만 약 5분 넘게 걸렸다. 여성, 어린아이, 노약자는 더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 스파이럴 슈트를 사용하기 위해 낙하 방지판과 안전고리 등을 걸고 설치를 완료하는 데에도 약 2분 정도가 걸렸다. 스파이럴 슈트만으로는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대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두 열차를 이어주는 '비상건넘판'은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로 1.3m, 가로 1.1m 크기의 비상건넘판은 3호선 두 개의 레일 중 한쪽 레일이 완전히 가동을 멈췄을 때 반대편 열차와 사고 열차를 이어주는 장치다. 이를 통해 두 열차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다만 비상건넘판도 설치까지 약 2분 정도가 걸렸고, 무게도 25kg에 달해 1명이 들기에는 다소 무거운 편이다. 비상건넘판은 각 역사별로 상·하선 승강장에 2개씩 모두 4개가 비치되어 있는데 불이 나면 운행관리원이 비상건넘판을 직접 설치해야 한다.

이날 소개된 대피 방법으로는 스파이럴 슈트, 비상건넘판외에도 운행이 불가능한 열차를 끌고 가는 '구원연결 차량', 3호선 화재 시 내부 스프링클러 역할을 하는 '워터미스트 분사장치'도 있었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3호선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워터미스트가 가동되고 그사이 열차가 인근 역사로 이동해 승객들을 대피시킨다. 열차가 운행을 멈추더라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열차가 현장으로 도착해 구원 연결을 시도하거나 반대편 노선에 있는 열차로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다. 전력공급 차질로 이마저도 힘든 경우에는 인근 소방서의 고가 사다리차와 굴절차를 이용할 계획이다.

대구교통공사 경영진은 이날 현장에서 스파이럴 슈트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조계획 중 가장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비상 상황도 모두 구원연결을 통해 해결해왔다"며 "시민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비상 상황에 따른 대피 매뉴얼도 정리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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