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학교는 올드하지 않아!"… 유튜브 제작에 나선 영남이공대 교수들

"예능인인 줄 알았더니 교수들이라니…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요"
학사복 입고 나와서 근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누구든 구독 취소
우리가 재미있으니 보는 사람도 재미있다고 느껴… 소통하는 창구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교수 3인방. 사진 왼쪽부터 김윤정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최영오 건축과 교수, 오형준 소프트웨어콘텐츠계열 교수. 영남이공대 제공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교수 3인방. 사진 왼쪽부터 김윤정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최영오 건축과 교수, 오형준 소프트웨어콘텐츠계열 교수. 영남이공대 제공

보통 대학의 홍보 영상이나 유튜브 클립이라면 학생들이 파릇한 캠퍼스를 배경으로 허공을 손짓하는 장면부터 떠오른다. 때로는 총장이 갑자기 등장해 주먹을 불끈 쥐며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학 출신 졸업생, 콕 집어 말하자면 연예인이 특별출연해 학교를 알리는 데 열심이기도 한데 일반 교수들이 주연급으로 얼굴을 내미는 경우는 드물다.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는 강단에서 학생들과 대면하는 현직 교수들이 출연한다. 1975~1981년 사이에 태어난 일명 'X세대' 교수 세 명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데 실제로 MC 역할을 맡는다. 최영오 건축과 교수, 김윤정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오형준 소프트웨어콘텐츠계열 교수다. 최영오 교수가 유튜브 제작과 관련한 지난 얘기들을 일타강사가 술술 강의하듯 풀어냈다.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학교 생활 관련 클립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수들의 활약 장면. 영남이공대 제공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학교 생활 관련 클립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수들의 활약 장면. 영남이공대 제공

"유튜브 클립 제작에 나서게 된 동기는 '질문'에서 나왔죠. 교수들이 직접 학교 홍보 영상을 만들 수도 있냐는 돌발질문이 발단이었어요. 2020년 학교 홍보 영상 제작 업체 선정 심사장이었는데요. 심사위원으로 제가 참여했었거든요.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업체가 진취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제안을 여러가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교수들도 참여할 수 있느냐고 역제안을 했더니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현실이 된 거죠."

말은 씨가 됐고 지상파 방송과 유튜브의 예능 콘셉트를 벤치마킹해 여러 클립을 제작하게 된다. 주어진 미션을 소화하는 '무한도전' 등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킬러 콘텐츠로 부를 만한 '입시네고왕' 시리즈 클립은 어떤 게 개선되면 좋겠냐는 학과별 소원수리형 클립. 인기 유튜브 채널인 '네고왕'을 벤치마킹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춤도 추고, 버스킹 공연도 했다. 대학 시절 'TBC 노래방'에 출연해 고음 삑사리를 내며 보기 좋게 탈락했던 기억은 떨치고 자연스러운 진행만 몸에 밴 최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어려워하는 장벽을 없애고 싶었다"고 했다.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교수 3인방. 사진 왼쪽부터 김윤정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최영오 건축과 교수, 오형준 소프트웨어콘텐츠계열 교수. 영남이공대 제공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교수 3인방. 사진 왼쪽부터 김윤정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최영오 건축과 교수, 오형준 소프트웨어콘텐츠계열 교수. 영남이공대 제공

이들의 클립이 눈길을 끄는 것은 권위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대본이 없다고 했다. 제작 PD를 겸하는 류재훈 영남이공대 홍보팀장이 교수들에게 "며칠에 시간이 되시나, 이번에 만들 클립의 주제는 이러이러하다, 흐름은 저러저러하게 가려고 한다"고 통보하는 게 전부라고 한다.

"학교 측에서 받는 인센티브는 없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3년 가까이 유튜브 클립 제작에 열성을 다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있기 때문이죠. 딱딱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따라가려고 했어요. 유튜브에서 보이는 모습은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 올라간 동영상을 매번 모니터링하는데요.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인데 친한 교수들끼리 하니까 브이로그처럼 일상을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구독자 입장에서 즐기면서 보고 있어요."

대학 유튜브 채널이다 보니 파급력은 낮다. 하지만 웬만한 대구경북권 4년제 대학의 유튜브 구독자 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3천 명이 넘는다. 물론 클립별 조회수 1천 회를 넘기지 못한 게 대다수다. 무엇보다 가성비 면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다. 편집을 제외한 모든 작업이 영남이공대 자체 인력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2020년 4월부터 지금까지 영상 촬영은 디자인스쿨 학생들이, PD 역할은 류재훈 홍보팀장이, MC 역할은 교수들이 맡으니 가히 저비용 고효율이라 할 만하다. 학교를 잘 아는 이들이 만드니 기획회의에서도 피부로 느껴지는 아이템들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학교 생활 관련 클립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수들의 활약 장면. 영남이공대 제공
영남이공대 유튜브 채널에서 학교 생활 관련 클립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수들의 활약 장면. 영남이공대 제공

"저희의 목표는 영남이공대가 '올드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근엄함, 진지함 따위는 없어요. 유튜브 채널이 망하고 싶다면 학사복 복장 갖춰 입고 교수들이 나오면 되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니까요. 영상을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니 저희 교수들도 더 신납니다. 2시간 안팎으로 촬영하고 편집을 거치면 10분 분량이 채 안 되는 동영상으로 공개되지만 힘든 줄 몰라요. 학생들과 더 친해질 수 있고 학교의 장점을 소개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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