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로 밀린 영화 속속 개봉

반려견 새 주인 찾아나선 형제 얘기 담은 ‘멍뭉이’
대외비 문서 둘러싼 치열한 쟁탈전 그린 ‘대외비’

영화 '멍뭉이'의 한 장면.
영화 '멍뭉이'의 한 장면.

코로나19가 모든 이를 공포와 불안 속으로 몰아넣던 2020년, 그 때도 영화는 촬영 중이었다. 곧 풀릴 것으로 여겼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때 제작된 영화는 무려 3년을 기다려야 했다. 코로나19로 개봉을 못하고 잠자던 영화들이 이제야 속속 개봉하고 있다.

지난주 개봉한 진선규 주연의 '카운트'를 비롯해 지난 1일 개봉한 '멍뭉이'와 '대외비'가 그런 '비운'(?)의 영화들이다. 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스포츠 휴먼 영화 '카운트'는 1일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 3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반려견 새 주인 찾아나선 형제

여기에 가세한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반려견의 완벽한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떠나는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로드무비다.

출판사 직원 민수(유연석)는 정시 퇴근에 목숨을 건다. 반려견 루니 때문이다. 주인을 기다릴 루니를 위해 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린다. 그러나 민수는 더 이상 루니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결혼할 여자친구에게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민수는 사촌 형 진국(차태현)과 함께 루니를 자신만큼 보살필 새 주인을 찾아 나선다.

'멍뭉이'는 반려동물 시대를 맞은 현실을 반영해 제작된 영화다. 귀엽고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물론 코믹함도 곁들여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모든 '착한 영화'들이 그렇듯 뻔한 기승전결의 서사를 지니고 있지만, 강아지들의 앙증맞은 연기들이 그 상투성마저 감쇄시켜준다. 주인을 반기며 뛰어오는 반려견들의 격한 환영이나,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풀이 죽어 있는 모습 등은 반려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가볍지만 생명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저 귀엽다는 생각에 입양했다가 뒤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양하는 무책임한 이들에 대한 일침도 놓는다.

루니에게 적합한 반려인을 찾는데 실패한 형제가 가는 곳은 제주도다. SNS 게시물을 따라 얼굴도 모르는 새 주인을 찾아 제주도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새 반려인 후보들을 만나는데, 박진주, 태원석, 류수영, 김지영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김주환 감독은 "떠나보낸 반려견을 생각하며 각본을 썼다"고 했다. 그만큼 반려견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다. '멍뭉이'는 2020년 촬영을 마쳤다. 113분. 전체 관람가.

영화 '대외비'의 한 장면.
영화 '대외비'의 한 장면.

◆대외비 문서 둘러싼 쟁탈전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등이 출연한 '대외비'(감독 이태원)도 2020년 제작됐지만, 그동안 개봉을 못하다 1일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범죄도시', '악인전' 제작진이 만든 '대외비'는 전작들에서 풍기듯 치열한 범죄물이다.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그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총선을 앞둔 1992년. 여당의 지역구 후보로 공천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해웅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듣도 보도 못한 정치꾼이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의 계략이었다.

부산의 개발계획 문서를 손에 넣은 해웅은 이를 무기로 필도의 검은돈까지 손을 뻗는다.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지만 이 또한 순태에 의해 저지된다. 이에 해웅은 대외비가 순태를 이기는 마지막 카드라고 믿는다. 순태 역시 해웅이 가진 대외비 문서의 존재를 알고 서서히 해웅의 숨통을 죄어온다.

'대외비'는 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딪치는 그들의 불꽃 튀는 대결을 그린 영화다. '1992년 부산'이라는 시대와 공간에서 느끼듯 주먹과 정치, 폭력과 흑막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다.

해웅과 순태, 그리고 필도의 세 캐릭터가 대립의 정점에 서 있다. 권력을 손에 잡기 위해 용을 쓰는 해웅과 최종 보스의 카리스마를 지닌 순태, 조진웅과 이성민 배우가 낯설지 않은 이미지로 이들을 무난하게 연기한다. 짧은 머리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조폭 필도 역을 맡은 김무열 배우는 연기를 위해 13kg이나 살을 찌웠다고 한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흥행가에서 곧잘 거론되는 '영화는 생물(生物)'이라는 말, 흥행은 살아있는 것과 같아 때를 묵히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 속설을 이기고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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