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순간이었어요. 산불이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지난 1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김선옥 씨는 하루에도 몇 번 평생을 살아왔던 집터를 찾는다. 형체를 알 수 없었던 집은 지난해 산불 직후 군청에서 허물어 지금은 그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김 씨는 여기가 부엌이고 저기가 안방이었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 이재민들의 한숨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조립식 주택에서는 2일 현재 울진읍 25가구, 북면 신화리 등 116가구, 죽변면 화성리 등 23가구를 합해 164가구 258명의 주민들이 기거하고 있다.
그들의 소원은 빨리 집을 지어 자신의 집에서 두 다리 뻗고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이복자 (83) 씨는 "조립주택은 전기 스위치만 끄면 금방 차갑게 식어 버려 집에 머물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하루종일 집안에 전기를 켜놓고 있기도 마음이 편치 않아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주선애(72) 씨도 "군에서 난방비와 전기료를 일부 지원해 줘 고맙지만 건축비가 너무 비싸 집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군에서 집터를 닦아 주거나 옹벽이라도 세워주면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신화2리 주민들을 비롯해 이재민들은 1년째 임시 주택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잠잘 때를 제외하곤 거의 생활 대부분을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고 있다.
군은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재민 전담TF팀을 구성해 수시 방문을 통해 조립주택의 하자보수와 민원 등을 살피는 등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말까지인 임시 주택 1차 사용기간을 1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181가구 가운데 17가구는 신축을 완료해 임시 주택을 벗어났다. 68가구는 신축을 추진 중이지만 96가구는 형편 상 신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이재민들은 "늙어서 집 없이 떠도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지 모를 거다"면서 "노인네들이 하루빨리 집을 지어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검게 그을린 산이 이젠 벌거숭이로…산림 복원 절실
산불 피해지는 제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울진읍, 북면, 죽변면 등의 산은 벌채로 민둥산이 됐다. 지금도 나무를 베는 거친 기계음과 이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 울진 곳곳에서 목격된다.
산림청과 울진군은 피해지 1만4천140ha 중 보호 가치가 있는 산림보호구역, 덕구군립공원, 산양서식지 등 4천240ha에 대해 생태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생태복원지역을 제외한 9천900ha은 울진군에서 산림복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립되는 산림복구 기본계획은 주민과 산림소유자, 전문가 자문, 현장조사 등을 통해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으로 구역을 나눠 추진한다.
벌채와 조림을 통한 산림 복구에 울진군은 2천400억 원을 쏟아붓는다.
울진군 관계자는 "산림의 6대 기능에 맞는 인공 복원(조림) 계획을 수립해 자연복원 구역, 관리계획, 재해 예방을 위한 임도 및 사방 계획, 향후 피해지 모니터링 계획 등을 담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향후 몇 년간 이어질 벌채지는 조속히 산림녹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춘기(3~4월), 추기(9~10월)로 나눠 조림할 계획이다.
이어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사방사업(사방댐, 계류보전, 산지사방)과 산불예방을 위한 산불예방임도, 헬기 담수용 물가두기 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피해가 컸던 북면에는 2027년 '국립산지생태원'이 들어서 산림생태 복원 과정을 연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산림의 미래 비전과 새로운 소득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재민 지원과 산림복원, 산불예방 등에 있어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 등을 통해 잘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TK 지지율' 김문수·이준석 연일 상승세…이재명은?
이재명, '방탄 유리막' 안에서 유세…대선 후보 최초
1차 토론 후 이재명 46.0% 김문수 41.6% '오차범위 내'
전한길 "은퇴 아닌 사실상 해고…'좌파 카르텔'로 슈퍼챗도 막혀"
[르포] '추진력' 이재명이냐 '청렴' 김문수냐…경기도 격전지 민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