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영수에 예체능까지, 학원비 100만원은 훌쩍… 역대 최대 사교육비 '쇼크' 왜?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41만원…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 경신
"사교육은 우려를 먹고 크는 시장"코로나19 학습 결손·언어 발달 저하 우려 영향
물가 상승도 원인으로 지목…교육계 "학부모 부담 덜 대책 마련해야"

일상회복 속에
일상회복 속에 '코로나 세대'의 학습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 영어·수학보다는 국어과목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가팔랐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사교육비 총액이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코로나19 속 학습 결손 우려 및 물가 상승 등이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공개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23조4천억원을 기록한 전년도에 비해 10.8%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41만원) 역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선 크게 놀랄 일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학부모 A씨는 "평균을 낸 결과라 그런지 오히려 조사 결과가 낮게 나온 것 같다. 우리 아이를 포함해 주변 초등학생을 보면 논술, 수학, 영어를 기본으로 여학생은 발레나 피아노, 남학생은 축구 등 예체능 학원까지 보낸다"며 "1명 당 사교육비가 보통 100만원은 훌쩍 넘는데, 이 정도는 많이 시키는 편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미 학원에서 고등학생이 푸는 모의고사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전혀 안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방학 때는 추가로 스키강습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 활동을 별도로 시키는 부모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 B씨는 "잘사는 집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유치원, 학습지, 예체능 등 학원을 보내는데 월 200만원은 기본으로 쓴다. 영어유치원 학습을 따라가느라 영어 과외를 별도로 시키는 집도 있다"며 "아이가 학교 수업을 편하게 따라가려면 최소 1~2년 치는 선행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특히 영어, 수학의 경우 학교 방과후 수업에만 의존했다가 자기 아이만 뒤처져 학원에 안 보낸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 돈이 들더라도 보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전년 대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13.8%를 기록한 초등학교에서 가장 컸다. 과목별로는 국어(13.0%)가 증가율이 제일 높았다.

초등학교, 국어 과목을 중심으로 사교육비 증가세가 가팔랐던 것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결손,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언어 발달 저하 등에 대한 우려를 사교육으로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사교육은 원래 우려를 먹고 크는 시장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원격 수업으로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서 우려를 느낀 학부모들이 학원으로 몰린 것 같다"며 "이런 이유 외에도 코로나19로 등교가 들쑥날쑥해 학교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어려워지자 '사교의 장'으로서 학원을 찾은 학부모들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높았던 점도 사교육비 지출 증가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7.5%를 기록했던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가 상승하며 사교육의 절대적인 양을 늘리지 않았더라도 사교육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10.8%)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욱 크게 증가한 만큼, 사교육의 양 자체가 늘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교육 당국이 학부모 부담을 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권택환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뉴스가 굉장히 많이 보도됐는데, 이를 본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떨어진 쪽에 속하게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니는 학원의 양을 이전보다 더 많이 늘렸을 것"이라며 "사교육비 증가는 가정 경제와 직결되는 큰 문제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구본창 사교육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코로나19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이용에 일부 지장이 생기자, 사교육을 통해 돌봄 수요를 해소하려는 학부모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렇다 할 사교육 경감 대책이 없었다. 정부는 발표 시점에 맞춰 대안을 내놓아야 하며,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공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대상=초·중·고교생이 학교 정규교육과정 외에 사적 수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학원비·과외비·인터넷강의비 등. EBS교재비와 어학연수비 등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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