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지구 종말 재난 영화의 새로운 시각…영화 ‘똑똑똑’

개인의 희생 vs 인류의 구원
어떤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

영화
영화 '똑똑똑'의 한 장면.

지구 멸망의 재난을 이렇게 접근하다니 역시 M. 나이트 샤말란답다.

종말의 위험과 경고는 항상 화려한 CG와 스펙터클한 재난 묘사로 그려졌다. 실감나는 묘사가 생명이었다. 원인 또한 지구 온난화나 핵개발, 그것도 아니면 우주적 기운에서 필연성 을 찾았다. 그러나 '똑똑똑'(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지구 종말이 한 개인의 선택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깊은 숲 속 한 오두막. 어린 딸을 입양한 한 동성 부부의 휴가지에 4명의 낯선 일행이 찾아와 노크를 한다. 그들은 가족 중 한 명이 희생돼야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다. 무기를 든 사이비 종말론자의 헛소리로 치부한다.

그러나 선택을 거부할 때마다 일행 중 한 명이 스스로 희생되고 TV에선 커다란 재앙이 닥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요와 희생이 거듭되면서 가족의 마음도 흔들리고 불안과 두려움을 더욱 커져만 간다.

'똑똑똑'은 특이한 지구 종말의 재난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겠지만, 그것은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으로 잠깐 보여줄 뿐, 무대는 통신이 끊긴 숲 속 오두막이고, 등장인물도 일행 4명과 3인 가족이 모두다. 이런 폐쇄적 공간에서 외부의 지구 종말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끌고 오다니 색다르지 않을 수 없다.

'식스센스'(1999)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다운 신작이다. 전작인 '올드'(2021) 또한 시간을 비틀어 갑자기 늙어버리는 설정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똑똑똑'도 그만이 가지는 다른 시선, 시각으로 긴장미를 끌어간다.

영화
영화 '똑똑똑'의 한 장면.

일행의 리더인 레너드(데이브 바리스타)는 환상 속에 멸망과 구원의 계시를 보았고,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선택된 자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리다. 따르지 않으면 지진과 쓰나미, 비행기 추락 등 재앙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십계'에서 모세의 7대 이적을 믿었던 이들이 어디 있었나. 파라오 람세스 또한 그랬다. 그러나 그 재앙이 현실화된다. 그래도 끝까지 믿지 않으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똑똑똑'은 관객에게 선택의 기로에 선 듯한 압박감을 준다. 혼란스럽다. 재앙 또한 눈앞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공중파를 통해서 보여준 뉴스 화면일 뿐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한정된 공간이다 보니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다. 클로즈업 촬영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심리 속으로 몰아가는 것이 소극장 연극의 효과를 노린 듯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선명하다. 만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믿고 희생할 것인가, 수십억 명이 사망하는 데도 당신만 살 것인가.

진실에 직면한 인간의 선택, 희생이라는 숭고한 미덕을 얘기한다. 이런 미덕 앞에 인간의 부조리와 폭력, 편견은 하찮은 것들이다. 온 몸에 문신을 한 거대한 몸의 레너드는 이미 폭력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동성애 부부에 대한 핍박 또한 누구나 예상되는 일이다. 영화는 이런 인간사 악폐 또한 인간의 선택의 하나이며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화되어야 할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영화
영화 '똑똑똑'의 한 장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메인 노래가 KC&선샤인밴드의 1978년 곡 '부기 슈즈'다. 부기 슈즈를 신고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경쾌한 멜로디의 흥겨운 곡이다. '오로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추기 위해/ 난 부기 슈즈를 신고 싶어/ 해가 떠오를 때까지 춤을 추고 싶어/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을 때까지.'

오로지 당신과 춤추고 싶다는 선명한 멜로디가 샤말란 감독이 얘기하는 '똑똑똑'의 행복한 세상 만들기 주제곡처럼 들린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며 이웃의 책임과 가족의 의무를 다하고, 사랑과 웃음을 놓지 않는 그런 세상이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들은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초기에는 충격적 결말에 매달리다보니 다소 서사가 허술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독특한 시선에 자신의 감성과 주장이 실리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똑똑똑'은 지구 종말이라는 재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인간성의 회귀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는 영화다. 스펙터클 재난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낯섦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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