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를 내밀어 그 속에 감춰온 내 맘을 담아…"
토이의 '좋은 사람' 노래 가사처럼 내 맘을 담으려면 종이컵에 내 마음 반, 달달한 밀크커피 반이어야 하는데 어쩐다. 양문형 냉장고보다 큰 캡슐 커피 자판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사용 안내문도 꽤 길다. 키오스크를 바라보는 어르신의 심정이 된다. 200~300원 넣어 뽑아 마시던 밀크커피 자판기는 어디로 간 걸까.
강의와 강의 사이 공강 시간은 "커피 한잔할래"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던 환담의 10분이었다. 질긴 연(緣)이라는 흡연과도 떼려야 떼기 힘든 단짝은 자판기 커피였다. 2010년대 학번 학생들에게 물으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했지만 16학번쯤 되자 아예 기억에 없다는 답들이 돌아온다. 2023년 캠퍼스에서 달달한 자판기 커피 찾기란 마음 단단히 먹고 각오해야 할 만큼 어려운 도전이 된 것이다.
겨우 찾은 곳은 영남대. 이곳에는 총 6대의 자판기가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작은 종이컵에 밀크커피를 뽑아 마시는 옛 커피 자판기는 국제교류센터 1층에 있는 한 대가 유일했다. 학생들의 이용보다 외부인들이 다수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학생들은 대개 캡슐 커피 자판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학교 전체를 통틀어 3대가 전부였다. 카페가 자판기의 자리를 밀어낸 것이었다. 각 단과대학 건물마다 적어도 하나씩 있던 커피 자판기는 2015년 이후부터 캡슐 커피 자판기에 자리를 내놓았고 뒤를 이어 원두커피 자판기까지 최근 들어섰다.
계명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20년 9월 캡슐 커피자판기가 일괄적으로 들어왔다. 다만 자판기 대수는 적다. 성서캠퍼스 3대, 대명캠퍼스 2대가 전부다. 자판기 수익이 크게 나지 않아 옛 커피 자판기가 모두 사라진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파악했다. 대구대 역시 학교 안에 들어선 카페들이 커피 수요를 대체했다. 코로나 사태도 종이컵에 쪼르르 받아먹던 커피 자판기 줄퇴출에 일조했다.
학교 주변에 커피숍이 많이 늘었다는 영남이공대 캠퍼스 안 두 곳의 카페는 점심 시간이면 커피나 음료를 마시려는 학생들로 장사진이다. 커피 자판기가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배달앱 등으로 주문해 커피를 즐기는 시대다. 배달비용 2~3천 원이면 사무실로 가져다준다.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오거나, 나가기 바쁘거나, 언제나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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