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페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덜미를 잡히면서 이들 가상화폐 붕괴를 둘러싼 진상이 밝혀질 지 눈길이 모아진다.
도피 행각을 벌이던 권씨가 체포된 곳은 유럽 발칸 반도에 자리한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지난해 9월 한국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고, 약 6개월 만에 신병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권씨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사태가 어떻게 촉발됐는지, 미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를 거친 권 대표의 행각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흔든 테라·루나 사태
권 대표가 세운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이하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는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주목을 받았다. 루나는 테라 가치를 떠받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도록 했고,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 테라를 사들이며 가치를 부양하려 했으나 통화량 증가에 따른 가치 폭락, 대량 투매 사태를 불렀다. 결국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테라폼랩스가 무너졌다.
권 대표는 폭락 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옮겼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9월 싱가포르를 떠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피했다. 하지만 이날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에 꼬리를 잡히며 체포됐다.
미 백악관도 지난 20일 하원에 제출한 연례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권 대표의 테라, 이에 알고리즘으로 연결된 자매 코인 루나 사례를 소개했다. 백악관은 또 "가상화폐 자산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해로울 수 있다"며 "해당 산업 참여자들은 기존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들을 겨냥한 사기 유형의 불법행위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는 암호화폐 현황을 분석한 챕터에서만 사기·사기꾼·사기성 등 '사기'(fraud) 관련 표현을 9차례에 걸쳐 사용할 정도였다.
◆한미 수사 당국, 권 대표 시세 조종 등 혐의 수사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무기명증권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약 51조3천6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테라와 미 달러화가 1대 1 교환 비율을 유지한다고 광고한 것도 투자자를 오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발장에선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왔다는 내용도 있다. 작년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 현금화했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 시세(2만8천달러)를 기준으로 비트코인 1만개는 2억8천만달러(약 3천600억원)다.
한국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후인 작년 5월 권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작년 9월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가상화폐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힘을 모아왔다. 테라를 예치하면 20% 가까운 이자를 준다고 한 점만 봐도 투자 계약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 시세를 조종했다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권 대표가 직원에게 시세 조종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렸다는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1테라의 가치를 미화 1달러 수준에서 자동 조정되도록 설계했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특정 가격에 맞춰 일종의 시세 조종을 했다는 얘기다.
권 대표를 국내 송환하겠다는 게 우리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가 미 당국의 수사 대상이기도 한 만큼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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