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 A/S] 간호학과 '똥군기', 이거 실화냐

경주대 측, 28일 오후 사실 관계 확인 나서… "학회장의 진심어린 사과 있을 것"
간호학과로 유명한 지역 대학 학생들, "똥군기? 요즘 학생들에게는 있을 수 없어"

보배드림 캡처
보배드림 캡처

지난 28일 새벽 4시 유명 중고차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전국 대학 간호학과를 뒤흔들었다. 간호학과 신입생으로 추정되는 학생들과 학회장의 대화 내용 캡처였다.

대화 내용은 매우 불편했다. 실습실 청소 참여 강요, 학회비 사용처 공개 불가, 학생총회 필참 강요 등 학회장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1990년대에도 이러지는 않았다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청소비로 책정된 돈은 어디로 사라졌길래 학생들한테 그런 걸 시키냐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특히 사건의 진원지가 우리 지역 대학인 경주대 간호학과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주대 홈페이지 간호학과 자유게시판은 항의와 욕설로 도배가 됐다. 네티즌들은 글에 있는 실습실 호수를 근거로 추적에 나서 4시간 만에 사건의 학교가 경주대 간호학과라는 걸 밝혀낸 것이었다.

글쓴이는 "4층은 저희 학과가 쓰는 층이 아닙니다. 타과도 사용을 하지 않은 빈 층"이라고 부연했다. 또 "학교가 어려워서 그런 건지 저희에게 (청소를 하자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닌 통보 했습니다. 참여 안한 학생들 명단 교수님께 제출하겠다는데 지금 제가 여기 글 올린 것도 사실 무섭긴하다"고 덧붙였다. 학과 교수가 실습학점, 조별과제 조율 등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주대 측은 28일 오후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학회장과 학과장을 불러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글쓴이의 주장에 부합했다. 물의를 일으킨 학회장은 이 자리에서 "잘 하려고 한 일이었는데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 잘못한 거 맞다. 해당 학생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학교 측에 전했다.

학교 측은 "외부기관에서 실시하는 현장실사, '간호인증평가'를 받는데 실습실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건물마다 따로 청소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실습실의 경우 이틀 정도에 걸쳐 학생들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는 것으로 학회장이 판단한 것 같다"며 "정원이 40명인데 학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 더러 있다. 다소 억압적인 분위기로 진행된 대화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나 자퇴 권고, 총회 참석 허락 등은 학회장 권한 밖인데 학회장의 태도와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학교 측도 판단했다.

똥군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똥군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집단 얼차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매일신문 DB

간호학과의 속칭 '똥군기'는 잊을 만하면 부상하고 있다. 과도한 회비 요구, 이해하기 힘든 복장 규정 등으로 폐쇄성을 보였다. 구타만 없을 뿐 80~90년대 남성들의 군대문화 뺨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었다.

코로나 시국인 2020년 3월 이후 몇 년 간 없던 '대면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여성 비율이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후배 길들이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간호학과에서 남성 비율은 3분의 1가량 차지한다. 우리 지역 대형 간호학과인 A대학의 경우 전체 정원 1천여 명 중 300명 가까이가 남자다. 경주대 간호학과 학회장 역시 남자였다.

50년 안팎의 전통을 자랑하지만 간곡하게 익명을 요청한 우리 지역 A, B, C 대학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물으니 이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간호학과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일부 학교들 때문에 간호학과 전체가 도매급으로 욕을 먹었던 탓이다. A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그런 일이 생기지 못하도록 앞장선다고 했다. 심지어 고교 동문 모임조차 못하게 할 정도다.

B대학은 선후배 관계라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라고 했다. 각자 공부하는 게 벅차서 선후배 관계가 그리 돈독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선후배 사이에 멘토-멘티 관계를 맺었지만 요즘은 이런 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킨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C대학도 비슷했다. 이 학교는 멘토-멘티 역할을 정해 학교 적응을 돕는 선에서 끝낸다고 했다. 무엇보다 요즘 학생들이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똥군기에 잡히지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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