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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195> 한양 기녀의 나들이, 전모 쓰고 부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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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신윤복(19세기 초 활동),
신윤복(19세기 초 활동), '전모 쓴 여인', 비단에 채색, 26.2×19.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혜원전신첩'과 함께 신윤복의 풍속화를 대표하는 '여속도첩(女俗圖帖)' 중 한 점인 '전모 쓴 여인'이다. 배경 없이 인물만 부각시켜 기녀 한 명을 한가운데에 그렸다. 기녀는 짙은 색 가리마 위에 커다란 전모를 쓰고 외출 중이다. 오른손에 접은 부채를 들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을 포착했다.

조선시대에 여성은 무녀와 기녀 외에는 접부채를 지닐 수 없었다. 그렇게 된 것은 태종 때의 금지령 때문이다. 이유는 당시 양반 부녀자가 외출할 땐 모자를 쓰고 모자에 달린 천을 내려 얼굴을 가렸는데 천을 말아 올리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경향이 있게 되자 이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이것이 점차 여성의 부채 휴대 자체를 금지하는 풍습으로 되었다.

'전인미발(前人未發) 가위기(可謂奇) 혜원(蕙園)'으로 제화를 쓰고 '신윤복인(申潤福印)'을 찍었다. 신윤복은 "이전 화가들이 그리지 않던 것이니 뛰어나다고 할 만하다"라며 스스로 이 작품을 자신했다.

기생은 이전에도 그림에 나온다. 그러나 기생을 당당히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신윤복이 처음이고, 그녀들이 처하는 유흥의 환경 속에서 그 직능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잘 그려내기로는 신윤복을 따라갈 화가가 없으므로 이렇게 자부할만하다.

동그랗고 통통한 얼굴에 가는 눈썹과 붉은 입술이며 양 볼에 살짝 홍조가 돈다. 얼굴 표정에 어떤 감정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 필치는 여린듯하면서 침착하고 여러 색을 사용했지만 원색이 아닌 수수한 색감이어서 그림의 분위기는 담담하다.

짧은 저고리의 목선과 어깨선, 소매선이 몸에 딱 붙었고 풍성한 폭의 치마는 허리에서 질끈 묶었다. 끈으로 묶어 올린 치맛자락으로 인해 무릎 아래로 흰 속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속옷을 드러낸 과감한 패션이다. 머리쓰개가 좀 특이하다. 유난히 큰 노란 전모는 햇볕이나 비바람을 가리는 일종의 삿갓이고, 그 아래의 가리마는 기생의 모자다.

'가리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지방에서 뽑혀 올라와 내의원과 혜민서에 의녀로 또는 공조와 상의원에 침선비로 소속된 기녀들이 썼다. 한자로는 음을 따서 가리마(加里亇)로, 또는 이마를 가린다는 뜻의 차액(遮額)으로 표기했다. 정조 때 학자 유득공은 '경도잡지'에서 마치 편지봉투와 같아 머리를 덮을 수 있으며, 약방기생이라고 했던 내의원 의녀의 가리마는 비단이고 나머지는 베라고 했다.

'전모 쓴 여인'의 주인공과 같은 머리쓰개 차림의 기생이 '혜원전신첩' 중 '기방무사', '청루소일'에 나오고, 전모를 벗고 가리마만 쓴 모습이 '청금상련'에 나온다.

가리마 위에 전모를 쓰고 부채를 든 기녀의 모습이 한양 거리에서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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