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기사가 뽑은 포항10味 맛집] <3>죽도시장 ‘평남식당’, 죽도동 ‘차차웅 곰탕’

기본과 정성으로 차린 든든한 한상 ‘소머리곰탕’
1등급 한우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맛·몸보신 으뜸

어느 순간부터 포항에서 소머리곰탕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던가 '수요미식회'처럼 인기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되기 전부터 사실 포항의 소머리곰탕은 이미 전문 골목을 이룰 정도로 유명했다. 1960년대 죽도시장이 처음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소머리곰탕은 이른 새벽 시장일을 나서는 일꾼들이나 밤새 전쟁을 치른 술꾼들의 속을 채워주던 귀중한 음식이다.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평남식당'의 소머리곰탕 한 상. 토렴으로 익혀낸 수란이 인상적이다. 신동우기자

◆달큰하고 맑은 고깃국물에 수란이 '퐁당'

경북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에는 1㎞가량 늘어선 소머리곰탕 골목이 있다. 10여개의 식당이 늘어선 이곳에서도 골목 초입의 '평남식당'은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씨가 다녀가며 가장 먼저 유명세를 얻었다. 70년이 넘는 식당의 역사처럼 깊고 달큰한 국물에 백종원 씨마저 말을 잊고 숟가락질만 거듭했을 정도다.

죽도시장을 많이 찾는 택시기사들인 만큼 여러군데 소머리곰탕집을 섭렵했을 터지만, 단연 이곳을 1등으로 꼽았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면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한술 뜨기도 힘든 귀한 곳이 됐다.

윤향란 평남식당 사장이 미리 잘라놓은 소머리 고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라내면서 토렴 작업을 하고 있다. 신동우기자
윤향란 평남식당 사장이 미리 잘라놓은 소머리 고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라내면서 토렴 작업을 하고 있다. 신동우기자

평남식당은 곰탕이라기에는 조금 맑은 국물에 의아함이 든다. 여기에 토렴으로 익혀낸 수란은 오히려 갈비탕에 가까운 비주얼이다. 잡뼈 대신 오로지 소머리 고기로만 우려낸 국물 때문이다. 매일 자정부터 다음에 판매할 소머리를 삶는다. 머리 하나를 6시간 정도 삶은 뒤 건져내고 그 국물에 다음 머리를 넣는 식이다. 이렇게 릴레이로 우려내는 국물에 들어가는 소머리만 무려 10마리이다. 10마리의 맛이 응축된 곰탕은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특유의 향으로 독특한 맛을 낸다.

윤향란(74) 평남식당 사장은 "내가 소머리곰탕을 너무 좋아해서 식당을 차렸다. 지금도 매일 먹는다"면서 "나도 맛있게 먹을 음식이니 당연히 내가 가진 모든 정성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1' 한우에 귀한 도가니·우족까지

포항시 북구 죽도동
포항시 북구 죽도동 '차차웅곰탕'의 소머리곰탕은 뽀얀 국물에 더해 정성 가득한 밑반찬 또한 매력이다. 신동우기자

죽도시장 소머리곰탕 골목이 전통의 강호라면 택시기사 맛집 2위로 선정된 포항시 북구 죽도초등학교 옆 '차차웅곰탕(한우우족소머리곰탕)'은 요즘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강자이다. 개업 불과 2년만에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며 점심시간이면 늘 만석을 기록한다.

멋스런 한옥 실내 분위기에서 즐기는 곰탕과 도가니탕, 우족탕은 어느 시골 양반집에서 받는 잔칫상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간판 이름도 신라 2대 왕인 '차차웅'이라고 지었다.

우족부터 도가니·소머리까지 모두 들어간 뽀얀 국물은 냄새만 맡아도 힘이 불끈 쏟는다. '++1등급' 한우만 고집하기에 원재료값은 여타 식당에 3배에 달하지만, 정작 음식값은 별 차이가 없다. 인근에 상가나 주택도 없이 외떨어진 곳에 있지만 자양강장제 같은 국물에 포항철강공단 근로자들이 피로를 잊고자 어김없이 단골 도장을 찍는다.

'차차웅곰탕' 실내에 걸려있는 곰탕에 대한 설명서. 황인겸 차차웅곰탕 사장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신동우기자

차차웅곰탕의 국물은 무려 72시간의 노동이 들어간다. 12시간 핏물을 빼고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딱 9시간을 우려낸 뒤 다시 식힌다. 더이상 끓이면 불순물이 나와 맛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굳혀진 국물 위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한번 끓여 손님상에 나간다. 깍두기며 김치 등 상에 차려지는 모든 것들이 국내산 재료에 직접 담은 것들이다. 기본에 충실한 정성이야말로 최고의 조미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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