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퍼스 풍경 스케치] "우리 과 마스코트를 소개합니다."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의 마스코트 '효리'와 '연지'
간식 조공이 너무 많아 비만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기
학과 탄생 직후 학생들과 함께 한 견생이 학과의 역사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는 시대다. 대학에도 반려동물들이 학생들과 공생하고 있다. 학과의 마스코트이자 대학 캠퍼스의 귀염둥이인 동물들을 만나봤다.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효리', 고양이 '연지'가 김정은 학과장(사진 왼쪽)을 비롯한 돌봄이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수성대 제공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에는 '효리'와 '연지'가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다. '효리'는 자유분방한 15살 웰시코기로, 예상과 달리, 수컷이다. '연지'는 2년 전 입양된 코숏(코리안 쇼트헤어 고등어 태비)'인 암컷 고양이다. 개와 고양이는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효리가 지극정성으로 연지를 예뻐하고 '개냥이(개 같은 고양이)'인 연지 역시 효리를 잘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조합이라고 한다.

특히 효리는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의 살아있는 역사다. 오랫동안 학과를 소개하는 팸플릿이나 영상에는 당연히 효리가 주인공이었다. 지난 2008년 수성대 반려동물보건과에 입양된 효리는 학과 최고 선배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물론 학과장인 김정은 교수보다도 학과 경력이 오래됐다고 한다.

블로그나 대학 소개 영상 등에 효리 이야기가 풍부한 덕분에 반려동물보건과 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효리와 떼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자연스레 두 동물의 돌봄이 학생 선발 경쟁도 해마다 치열하다고 한다. 올해 효리 돌봄이, 배정인 씨는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걸으면서도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효리는 최고의 매력 덩어리 댕댕이"라며 "효리와 산책 나가면 학과 친구들은 물론 교직원, 학생 모두가 좋아 한다"라고 자랑했다.

돌봄이 학생이나 반려동물보건과 직원들은 효리 간식 시간이 되면 대학본부 건물 등으로 산책을 나간다. 방문하는 사무실마다 교직원들이 "효리야"를 외치며 준비해둔 간식을 챙겨주기에 간식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효리는 교직원들의 지나친 '간식 조공'으로 한때 비만 진단이라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김정은 반려동물보건과 학과장은 매년 효리의 정기검진을 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효리가 반려견으로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효리는 관절염을 앓고 있는 등 노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도 효리를 위해 지극정성이다.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의 주된 주제가 효리 같은 반려견들을 위한 탈취제, 간식, 천연 푸 오일 등이다. 효리 같은 반려견을 염두에 둔 제품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탈취제 '여기 뿌리개'와 천연 샴푸 '피부에 양보하시개'는 최근 교내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효리와 학생들의 사이가 너무 좋은 것도 걱정이라고 한다. 효리가 졸업 시즌만 되면 침울해지기 때문이다. 반려견들도 2년 동안 정들었던 학생들과 헤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홈커밍데이처럼 효리의 간식을 사서 학과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하나의 전통처럼 됐다고 한다.

김정은 학과장은 "졸업생들은 틈만 나면 간식을 마련해 효리를 보러 오는데, 매년 2월이면 방문하는 졸업생이 더 많아 진다"며 "전통이 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효리가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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