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우리 학교는] 강의 들어갈 때마다 보이는 그 이름… 기부금에 '네이밍'으로 보답하는 대학들

고액기부자 이름 딴 강의실, 건물 늘어… 영남대 최근 ‘곽근호 강의실’ 열어
계명대, 기부자 이름 붙지 않은 건물 극소수… 지역민들이 함께 만든 캠퍼스
대구가톨릭대… 효성여대부터 이어온 약학대학 동문 이름 딴 강의실만 10개

1.영남대 화공관에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의 이름을 단
1.영남대 화공관에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의 이름을 단 '곽근호 강의실'이 지정됐다. 영남대 제공2.영남대 '곽근호 강의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 영남대 제공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발전기금 기부자는 살아서도 캠퍼스에 이름을 남긴다. 학교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들의 후의가 강의실과 건물에 새겨지고 있다. 공간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 남기는 '네이밍(Naming)'이다. 존경과 명예의 표식으로 풀이한다. 후대가 신뢰하고 따를 만한 이름으로 남기에 자발적 기부는 현재진행형이다. 주로 사회적 명망을 쌓은 동문들이 기부자로 나선다. 학교의 오랜 역사와 기부자 숫자가 대개 비례하는 까닭이다.

영남대는 최근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의 이름을 단 강의실을 지정했다. 화공관 213호는 이달 7일부터 '곽근호 강의실'이 됐다. 강의실 출입문 오른쪽 벽면에 곽 회장의 얼굴 부조와 주요 이력과 공적이 적힌 동판이 붙었다. 모교와 후배들을 위한 발전기금 기탁 등 그간의 공적에 학교 측이 화답하는 방식이다.

곽 회장은 "40여 년 전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하던 모교 캠퍼스에 제 이름을 단 강의실까지 지정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이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길을 열어주는 선배이자 기업인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남대에는 이와 유사한 곳이 14곳 더 있다. 대부분 2004년 이후 이름붙은 곳이다. 기준도 있다. 3억원 이상 기탁자는 세미나실, 5억원 이상 기탁자는 대형 강의실, 30억원 이상 기탁자는 건물에 이름이 병기되는 식이다.

지난해 9월 준공된 '이종우 과학도서관'은 건물에 이름이 붙었다. 기계공학과 64학번인 이종우 한국호머 회장은 영남대에 현금(14억여 원)과 부동산(기탁 당시 50억 원, 현재 시가 110억 원으로 추정) 등을 기탁한 바 있다. 2004년 기계관 내 강당에 이름이 붙은 '송암홀' 역시 이종우 회장의 호에서 따온 것이었다.

계명대 의양관의 모습. 부동산을 기증해 성서캠퍼스 이전에 큰 힘이 된 정재호 박사의 아호를 땄다. 계명대 제공
계명대 의양관의 모습. 부동산을 기증해 성서캠퍼스 이전에 큰 힘이 된 정재호 박사의 아호를 땄다. 계명대 제공

계명대는 사실상 기부자들이 캠퍼스를 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과대학, 음악공연예술대학 정도가 공학관, 음대 건물로 불릴 뿐이다. 여러 이름과 아호가 건물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38곳이나 된다. 대명캠퍼스와 성서캠퍼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쉐턱관'부터 쉐턱 부부(Sidney and Ruth Shattuck)의 이름에서 왔다. 이들은 1962년 10만 달러를 기부한 데 이어 1965년 가정보육관 건축비 전액과 1975년 5만 달러 등을 전했다.

정재호, 박명교 부부 또한 거액을 학교에 전한 이들인데 1992년 부산에 있는 부동산(당시 시가 120억 원 상당)을 기증해 성서캠퍼스 이전에 큰 힘이 됐다. 성서캠퍼스 경영대학인 의양관은 정재호 박사,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은 박명교 여사의 이름에서 각각 따왔다. 또 사회과학대학인 봉경관은 설립이사 중 한 명인 이원영 목사에게서, 인문대학인 영암관은 강인구 목사에게서, 자연대학인 백은관은 최재화 목사에게서 따온 이름이다.

대구가톨릭대 김성애박물관
대구가톨릭대 김성애박물관

대구가톨릭대 약학대학 강의실은 기부에 적극적이었던 동문들의 이름이 적잖다. 특히 효성여대 시절 졸업한 동문들의 이름들이 교내에 산재해 있는데 제1, 2 약학관 건물 안에만 기부자의 이름을 딴 강의실이 10개나 된다. 지난해 10월 명명한 '김춘자 실험실'이 10호째였다.

약학대학은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어 기부와 예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첨언이다. 다음 달에는 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재공개할 예정이다. 이곳 역시 공사기금을 기부한 김성애 동문의 이름을 따 내걸었다. 이름하여 '김성애박물관'이다.

대구대도 2019년 경산캠퍼스의 진로취업관을 '삼익THK 진로취업관'으로 명명했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해 온 진영환 삼익THK 회장의 뜻을 기리는 것이다. 진영환 회장의 이름보다 회사명에 초점을 맞췄다. 삼익THK는 지역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영남대 등에도 발전기금을 쾌척해 '삼익THK 라운지'를 남겼다. 마찬가지 경우는 경북대 중앙도서관 1층의 '크레텍존'에도 있다. 최영수 크레텍 회장의 이름 대신 회사명에 방점을 찍었다.

경북대에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이 적잖다. 개중 건물이나 강의실이 아닌 정원에 이름을 붙인 특이한 경우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사범대학 정원에 이름붙은 '이종대 정원'이다. 물리교육과 출신으로 유한킴벌리 초대 회장이던 고인의 사후, 유족이 장학기금으로 10억 원을 모교에 전한 바 있다.

대구교대에도 특이한 기념실이 있다. 한국교총 회장을 역임했던 2회 졸업생 심경 윤종건 박사의 발전기금 기탁을 계기로 지난달 도서관 3층에 조성한 공간이다. 그가 교육자로 살아오며 받은 상패를 비롯해 소장하던 예술작품 등을 비치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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