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수사 믿을 수 있나…고위 간부 줄줄이 엮인 '부패 범죄' 수면 위로

대구지검, 경찰관 상대 금품로비 사건 규명
대구경찰청 전 사이버수사과장 등 기소
수사팀장 경고에도 사건 브로커와 유착

대구지검 현판. 매일신문DB
대구지검 현판. 매일신문DB

대구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엮인 부패 범죄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오랜 시간 경찰 조직을 맴돌며 유착 관계를 형성한 사건 브로커와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겹쳐 수사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대구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우)는 대구경찰청 전 사이버수사과장 A(47·총경) 씨와 사이버수사대장 B(48·경정) 씨를 부정청탁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 11일 속칭 '회장'이라고 불리는 사건 브로커 D(69) 씨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구속영장신청을 일주일 연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이후에도 '강제수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D씨의 부탁을 들어줬고 수사 과정에서 D씨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D씨에 알려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받고 있다.

범죄에 연루된 경찰관과 사건 브로커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 C(40·경위) 씨는 지난해 10월 21일 대구 한 유흥주점에서 동료 경찰관과 술을 마시고 수사기밀을 파악해 사건 브로커 E(44)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값 240만원은 E씨가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후에도 E씨로부터 서울과 대구 유흥주점에서 5차례에 걸쳐 928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7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2개를 선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C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통상 월급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 30여 점이 발견됐다.

검찰 수사 결과 C씨는 지난 2020년 1월에도 인터넷 가짜 명품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의자인 G씨의 범행을 눈감아주고 2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C씨는 지난달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대구경찰관들의 부패 혐의는 지난해 12월 28일 검찰이 해외선물 투자사기 사건을 수사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하기 위해 사건 브로커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올해 1월 대구경찰청과 C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금품 로비의 단서가 드러났으나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투자 사기의 공범들이 금품 로비 의혹을 받은 경찰관 3명의 이름을 담당 경찰관에게 진술했으나 수사나 감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범들은 사건 브로커가 말한 대로 구속영장 신청이 연기되고, 수사기밀이 누설되는 것을 보고 '경찰을 믿을 수 없어 자백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건 브로커 2명도 알선수재, 뇌물공여, 범인도피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브로커 D씨는 30년 동안 대구경북경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찰 고위 간부들과 친분을 유지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 기밀이 새고 있다고 느낀 수사팀장이 상급자인 B씨에게 'D씨를 통해 수사 내용이 누설된다, 보고를 최소화하겠다'고 경고조로 이야기를 했으나, A와 B씨는 D씨와의 만남을 지속했다. D씨는 승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이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은 "수사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부패범죄"라며 "경찰관 C씨의 추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