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또 극단선택…3번째 사망

2월에 피해자 첫 사망 이후 이달 들어 두 번째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경매 중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경매 중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에서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에 당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미추홀구 '건축왕' 사기 피해자가 숨진 건 이번이 벌써 3번째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결국 사망했다.

이날 A씨 지인이 퇴근 후 그의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 자택에서는 유서가 함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를 입은 주거지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바로 전날까지 출근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전세보증금 7천200만원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계약했다가 2년 뒤인 2021년 9월쯤 9천만원으로 전세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했다.

앞서 지난 2월 28일과 지난 14일에도 '건축왕'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 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월 2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는 보증금 7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남성은 휴대전화 메모 형태로 남긴 유서에서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14일 미추홀구 한 연립주택에서도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2019년 준공된 해당 주택에 같은 해 8월 입주할 당시 전세금 6천800만 원에 계약했으나 2021년 8월에 9천만 원으로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0대·구속 기소) 씨는 10여 년 전부터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건물을 신축한 뒤 분양가와 비슷한 액수의 전세 보증금을 받는 이른바 '깡통전세'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 은행 대출을 더해 새 건물을 지으며 2천700채까지 보유 주택을 늘렸다.

올해 2월 기준 B씨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 중 690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다.

B씨는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가구의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며 서울 강서구와 인천 부평구 등에 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 빌라 등의 시세와 악성 임대인 정보 등을 공개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 가구당 최고 2억4천만 원까지 시중 은행에서 연 1∼2%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을 신설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긴급지원주택 200호를 확보해 당장 살 집을 잃게 된 피해 가구에 우선 공급했다.

지난 3월 13일 개소한 인천 피해지원센터에만 이미 83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고 법률 지원 등 상담 건수만 2천240건에 달했다. 이 중 긴급지원주택을 공급받은 세대는 8가구에 불과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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