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아저씨의 세계여행기] 아름다운 자연과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쪽보다 웅장한 이구아수…모든 것 삼킨다는 악마의 목구멍
굉음·물보라 초당 6만t 물 쏟아내
개인별 모니터에 식사·다과 제공…최고 등급 버스 '슈퍼 까마' 호사

거대한 말굽모양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이과수폭 중 악마의 목구멍.
거대한 말굽모양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이과수폭 중 악마의 목구멍.

브라질 이과수일정을 정오쯤 끝내고 라커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 아르헨티나로 넘어간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나의 남미여행 중에서 페루와 함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탱고, 그리고 피츠로이와 쎄로또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나라에 걸쳐 만난 고마운 인연

푸에르토 이과수로 들어와 환전부터 하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여기서 또 뵙네요!"라며 말을 건넨다. 뒤돌아보니 조금전 브라질 이과수에서 사진을 서로 찍어주며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던 우루과이교민 황 안드레아씨 커플이다. 이분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말 허기도 달래고 맛있는 점심식사도 대접받았다. 식당을 나와 자신의 승용차로 환전소와 숙소까지 태워주고는 여행 잘하라고 격려해 주며 돌아간다. 고마운 인연이었다.

덕분에 아르헨티나여행도 순조롭고 즐겁게 시작될 것 같이 느껴진 하루였다. 일찌감치 내일 오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갈 버스티켓을 예매했다. 브라질이과수로 올 때 티켓이 매진되어 일반버스로 고생 했으니 부에노스아이레스행은 최고등급의 버스인 '수퍼까마(SUPER CAMA)'의 호사를 누리기로 한다.

◆세계최대의 폭포 이과수를 만나다!

일찍 일어나 이과수국립공원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 개장시간인 8시에 첫팀으로 입장했다. 관람코스는 하단(1.7km), 상단(1km) 그리고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1km)코스로 나뉘는데 입구에서 작은 관람열차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여행자인 필자는 5시간을 계획하여 하단과 상단의 트레일코스를 돌고 마지막으로 열차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을 본 다음 폭포 속으로 들어가는 보트투어를 해보기로 하였다.

역시 처음부터 보여주는 폭포는 규모부터 브라질 이과수보다 훨씬 크고 웅장해 이곳을 찾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브라질처럼 거리를 두고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까지 다가가서 폭포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 곳 중 한 곳을 택하라면 필자는 아르헨티나 이과수를 택할 것이다.

이과수폭포
이과수폭포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악마의 목구멍

센트럴역 또는 까따르따스역에서 관람기차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역으로 가는데 역에서 내려 1km가량 철제데크를 걸어가면 150m의 둘레와 70m의 폭에 82m의 높이를 가진 흔히들 악마의 목구멍이라 일컫는 거대한 말굽모양의 폭포를 바로 위에서 내려 볼 수 있다.

초당 6만톤의 물이 쏟아지면서 만들어내는 물보라에 몸이 젖고 굉음에 귀가 멍멍해지는 것을 무릅쓰며 떨어지는 폭포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도 함께 빨려드는 강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악마의 목구멍이라 칭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이과수폭포 중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이지만 비옷과 고프로(Go-Pro)카메라 등의 방수카메라를 준비해야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나와 올라올 때 본 선착장에서 10시 30분과 12시에 스피드보트가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허겁지겁 내달렸으나 보트는 이미 12시가 지나서 떠나버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3시 10분 버스 때문에 다음 배편을 기다릴 수 없어 아쉽지만 돌아서야 했다. 스피드보트투어가 압권이라는 소문에 브라질서부터 벼르던 건데 무척 아쉬웠다.

콜론극장은 세계에서 중요한 오페라하우스 중의 하나로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콜론극장은 세계에서 중요한 오페라하우스 중의 하나로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 아사도(Asado)정찬을 즐기다.

스피드보트를 놓치는 바람에 시내로 일찍 들어오니 그제야 배가 고프다. 마땅한 곳을 찾다가 깔끔해 보이는 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가 메뉴를 훑어보다 "아사도"가 눈에 들어온다. 아르헨티나 전통음식이라고 들었던 터라 그걸 시키자 내 앞에서 직접 불을 피워 요리를 해준다. 아사도는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간을 한 소갈비구이라고 보면 되는데 소를 키우는 카우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숯불 위에서 적당히 구워진 아사도는 정말 맛이 훌륭했다. 가격도 적당했고 특히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손님은 나 혼자였기 때문에 단독으로 서빙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보트투어와 바꾼 이 멋진 점심식사에 약간의 사례를 건네고 바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처음 겪어본 수퍼서비스-수퍼까마

버스의 안락함이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에 버금가는 모습이다. 개인별 모니터에 좌석은 일자로 눕힐 수 있고 앞뒤의 좌석과는 분리되어 방해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옆 좌석도 커튼을 치면 보이지 않는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항공사 직원처럼 제복을 차려입은 직원이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가지고 왔고 8시쯤 해서는 뜨겁게 조리된 음식이 나왔다.

이후 좌석사이를 다니며 수시로 음료, 간식 등을 서빙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아침까지 푹 잤다. 아마 길 떠난 뒤 제일 깊은 잠에 들었을 것이다.

남아메리카의 독립을 주도한 '산 마르틴'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
남아메리카의 독립을 주도한 '산 마르틴'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

◆화려했던 아르헨티나의 유산들

아침식사로 주는 케잌 한조각과 마테차를 마신 뒤 버스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인 '남미사랑'(게스트하우스)으로 갔다. 숙소 한 블록 옆이 국회의사당이고 거기서 조금 내려가면 여행의 중심지 오월광장이다. 이 광장 주변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명소들이 모여 있어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연 8%의 성장을 기록하며 프랑스와 영국 수준의 부를 누렸던 아르헨티나는 이후 내리막길을 치달아 비록 현재는 연 100%에 달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가가 되었지만 그 당시 고도성장의 경제를 바탕으로 지어진 중세유럽식 건축물과 넓은 도로, 곳곳에 있는 커다란 공원들 그리고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 있어 걷다보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5월혁명'에서 이름을 따온 아르헨티나의 심장과 같은 곳인 오월광장과 대통령궁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5월혁명'에서 이름을 따온 아르헨티나의 심장과 같은 곳인 오월광장과 대통령궁

◆오월광장을 중심으로 돌아다니기

시내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오월광장'은 1810년 5월 25일 이곳에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5월혁명'에서 이름을 따온 아르헨티나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나라의 주요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광장에서 북쪽으로는 남아메리카 독립을 주도한 '산 마르틴'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이 있는데 마치 유럽의 신전과 흡사한 모습이다.

인근에 엄청 넓은 도로가 보인다면 폭 140m의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은 도로인 '7월 9일 대로'이다. 4개의 횡단보도를 지나야 건너갈 수 있는 이 대로 가운데에 67.5m의 오벨리스크가 솟아있는데 각종시위가 이곳을 중심으로 많이 열린다고 한다.

도로 옆에 있는 콜론극장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로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바로 옆에는 저녁식사를 하며 즐길 수 있는 탱고공연장 '탱고 포르테뇨'가 있다. 영화 에비타의 무대가 된 대통령궁은 '카사로사다'라고 불리는데 '분홍빛 저택'이라는 뜻으로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대통령이 거주하지는 않고 있다.

도착 첫날 아침부터 오월광장을 중심으로 걸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이 둘러보았는데 입장이 가능한 곳은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벗어나면 이런 역사적 건물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박철우 자유여행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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