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신동칠(계명대동산병원 원무부장) 씨의 아버지 고 신기식 씨

"홀로 사진 보시며 추억 곱씹고 있었을 모습 그려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신동칠(계명대동산병원 원무부장) 씨의 아버지 고 신기식 씨가 산행 갔을 때 같이 간 동호회원이 촬영해줬다는 고 신기식 씨의 사진. 가족 제공.
신동칠(계명대동산병원 원무부장) 씨의 아버지 고 신기식 씨가 산행 갔을 때 같이 간 동호회원이 촬영해줬다는 고 신기식 씨의 사진. 가족 제공.

아버지, 당신 생전에 자주 써 보지 못한 편지를 멀리 떠나신 뒤에 쓰려고 하니 기분이 살짝 묘해집니다. 평소에도 우리 부자(父子) 지간, 간혹 마주앉아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아버지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투를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용기 내어 몇 자 적어 하늘에 띄워 봅니다.

아버지, 저는 아직도 아버지가 저희 곁을 떠나간 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도 건강하게 등산도 다녀오시고 해서 주말에 오랜만에 아버지 모시고 외식이라도 하려고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목욕탕에서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목욕탕에서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버지는 저희 곁을 떠나신 뒤였습니다.

올해는 아버지와 하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정정하신 덕분에 우리나라 여러 산을 다니셨다지만 유일하게 한라산을 못 가보셨다고 하셔서 아버지 손자 녀석과 함께 한라산도 등반하게 제주도 가족 여행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자주 아버지 찾아뵙고 식사도 자주 하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제 곁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진작에 해 볼 걸'하는 후회도 듭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아버지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것도 못하게 됐습니다. 아버지와 교감할 수 있던 유일한 매개가 사실 술이었는데 말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저는 아버지의 안부를 묻고 아버지는 간단하게 대답하셨지만 그 때만큼 아버지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없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예전만 해도 두 사람이 두세 병은 편하게 비웠었는데 어느샌가 아버지의 주량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도 나이가 드시는구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표현을 거의 안 하셨지만 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홀로 계시면서 많이 외로우셨을 거라 느껴서 걱정하곤 했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놀러오라는 이야기 잘 안하셨는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는 "놀러 한 번 안 오냐"고 슬쩍 이야기하실 때 그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사시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는데 아버지가 꺼내놓고 보시던 사진이 꽤 많았었습니다. 아마 홀로 계시면서 사진 꺼내 보시며 예전의 추억을 곱씹고 있었을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서 늘 산에 다니시고 매일 서예 하시면서 공모전 준비하셨던 것이 그런 외로움을 떨쳐내시려고 하셨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가 사셨던 집을 가끔 지나치면 휑한 모습이 낯섭니다. 지금도 등산하러 가신다며 산악회 사람들과 정상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내실 것 같은데, "새벽에 무리하게 운동하지 마시라"고 해도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하러 나가실 것 같은데 이제는 그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게 아버지 떠나가신 지 두 달이나 지났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분명히 좋은 곳에 가셨을테니 너무 많이 생각하고 그리워하지 말라. 너무 그리워하면 아버지가 좋은 곳에 가실 수 있어도 마음 편히 못 가신다"고요. 간혹 아버지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때가 생각나겠지만 아버지가 정말 좋은 곳에서 어머니를 만나셨을거라 믿으며 첫째 아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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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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