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음에 몸살 앓는 화교초교 "쌤 목소리도 안 들려요"

인근 2년째 공사에 피해 커…시설 신축 약정에 참았는데 시행사 이행 않아 소송 준비
"화장실·기숙사 리모델링 약속도 지키지 않아"…행정기관 "우리 소관 아냐"

13일 오전에 찾은 화교초등학교. 초등학교 부지 바로 옆에서 생활숙박시설 공사가 2년째 진행 중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13일 오전에 찾은 화교초등학교. 초등학교 부지 바로 옆에서 생활숙박시설 공사가 2년째 진행 중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공사 소음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한소연 기자

대만인 2세 자녀들이 다니는 대구 화교초등학교가 인근 공사로 2년째 소음 피해 등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은 '우리 업무'가 아니라며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찾은 대구 중구 남일동 '한국대구화교소학교'는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248호실 규모)을 짓는 공사로, 2021년 3월부터 2년째 지속되고 있다.

교사 A씨는 "공사 소리가 너무 심해도 시공사는 '시행사에게 말하라'는 책임회피만 반복했다"며 "최대한 분란을 피하려 참았지만 정신과까지 가게 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호소했다.

소음은 수업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다. 교사 B씨는 "교사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재차 되묻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날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 2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 2002년 설립돼 한때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았지만 현재는 30명 남짓으로 줄었다. 교사 C씨는 "2년간 공사 소음으로 학생들의 퇴교가 부쩍 늘었다"며 "6개 반이 있는데, 반마다 정원이 평균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물질적 피해도 컸다. 공사 현장과 맞닿은 교사 기숙사와 화장실은 공사 과정에서 반쯤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7월쯤 대만에서 새로 부임한 교사는 기숙사를 사용하지 못해 호텔을 전전하다가 학교를 떠났다.

학교 측에 따르면 시행사는 지난해 1월 약정서를 체결하고 그해 5월까지 화장실과 기숙사 등을 리모델링하고 교사를 신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

화교소학교 임숙미 교장은 "많은 피해를 입고도 참고 또 참았던 것은 리모델링과 교사 신축이라는 약정 때문이었다"며 "학생과 교사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눈물을 보였다.

학교는 약정서를 이행하지 않은 시행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행사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 다툴 계획이다. 시공사는 약정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사자와 논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라 인가만 내줬을 뿐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며 "공사 분쟁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도 "지난해 한 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개인과 개인의 문제라 구청 차원에서는 행정 조치를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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