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사 신규 채용을 줄이는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2027년까지 초·중·고교의 신규 교원 선발 규모를 지금보다 20∼30%가량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저출산 쇼크에 따른 학령 인구 급감에 따라 교사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교육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감축안은 단순한 경제 논리로, 과밀학급 방치와 소규모 학교 소멸 가속화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공교육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052명→0.837명 저출산 쇼크
정부가 신규교사 채용 규모 감축을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학령인구 급감'에 있다.
이번 계획이 시행되는 첫해인 2024년에 초등학교 입학할 학생들이 태어난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2명으로, 1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2025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태어난 2018년의 합계출산율은 0.977명으로, 1명조차 안 된다.
이듬해 2019년의 합계출산율은 0.918명, 2020년은 0.837명으로 갈수록 떨어지며 '출산율 쇼크'가 이어졌다.
계획 마지막 해인 2027년엔 공립 초·중·고교 학생 수가 올해(439만6천명)보다 13.2% 감소해 381만7천명으로 떨어진다. 특히 공립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253만9천명에서 197만6천명으로 22.2%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 양성, 국가교육 책임제 강화, 지역 균형 발전 강화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교원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고 발표했지만, 학생 수 감소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교원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교·사대 정원 감축도 불가피
교원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 교·사대 정원 감축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대·사대 초등교육과 정원의 경우 지난 2012년 마지막으로 감소한 이후 2012∼2015년 3천848명, 2016∼2023년 3천847명으로, 정원 규모가 10년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 정원 규모에 변화가 없다면 2027년까지 교대·초등교육과 정원이 교원 신규 채용 규모보다 최대 1천200명 이상 많아진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다음 달까지 교대 정원 조정안을 발표하기 위해 교육대학총장협의회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과밀학급 방치 우려
교육계는 정부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단순 경제 논리로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교육과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미래교육은 학생의 관심과 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기초학력 보장, 디지털 교육 강화, 학교폭력과 우울 학생 대응 등의 과제를 요구받고 있다"며 "이런 교육 비전이 전국 학교의 75%에 달하는 학급당 21명 이상 과밀학급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이 12.4, 중·고교가 12.3명으로 줄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같은 기간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이 15.9명, 중·고교가 24.4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교총은 "학급 당 학생 수를 농어촌과 도시를 모두 합산해 평균치로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모든 학교에서 20명 이하 학급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교사 1인 당 학생 수가 OECD 평균 수준을 상회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학급당 학생 수는 아직 과밀인 곳이 많고 이는 수업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교육 불평등 심화
농산어촌 학교 등 교사 부족 등을 겪는 지역의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 교육계의 경우 포항과 구미 등 일부 신도시 지역의 과밀학급을 제외하면 모두 농산어촌 등 소규모 학교인 경우가 많아 정원부족 문제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현재도 교사 정원이 부족해 기간제 교사 등을 채용 중인 학교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지역 정주 여건이 좋지 못해 구인이 어려운 형편이라 정원 확보는 지역 교육의 질과 큰 연관이 있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2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이번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를 줄이면 대도시의 과밀학급은 방치되고 소규모 학교의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교육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개인의 역량과 학부모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번 감축안으로는 공교육의 위기, 교육불평등 심화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 지역 교사들이 모인 대구교사노동조합도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구교사노조는 정부가 내놓은 감축안에 대해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학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역할은 도리어 더 복잡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과 교육과정도 변해 새로운 업무가 생기고 있지만 이와 연계된 인력은 보강되지 않아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 교육당국이 정책에 따른 교원의 업무와 학생에게 미칠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정책을 시행하는지 의문"이라며 "충분한 검토 이후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교원수급 및 교육정책 영향 평가제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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