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귀한 과, 학과장도 20대죠. 후훗~!"… 수성대 웹툰스토리과

웹툰,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게 목표
대구경북 전문대에서는 유일한 학과

수성대 웹툰스토리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수성대 제공
수성대 웹툰스토리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수성대 제공

'…수성대 경복관 6층으로 오르기까지 어떤 제지(制止)도 없었다. 복도를 배회하는 건 얼죽아 기세같은 냉기와 혈기의 혼돈뿐. 후… 잠시 숨을 돌릴 즈음이었다. 별안간 복도를 돌아나오는 한 남자. 오뉴월을 앞두고 점퍼를 여미어야 할 만큼 싸늘한 기운이다. 단전에 힘을 모으고 진기를 농축한다. 그의 이마에서 발광하는 내공 수치는 만랩에 가까운 듯하다. 앗, 설마 이 사람인가. 일단 가벼운 인사로 한 번 더 확인을 거치는 게 이 바닥의 순리. 받아든 명함에는 '학과장'이라는 직책이 선명하다. 홍우진. 활자마저 공력을 가진듯 잠시 으르렁대다 가라앉는다. 후훗, 이렇게 만나는군.'

시대가 변하니 이런 학과도 있네, 싶은 학과 중에는 '웹툰스토리과'가 있다. 웹툰과 웹소설에서 쓰이는 기술을 수련하는 학과다. 2년 전 수성대에 생긴 웹툰스토리과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모집 단위가 전국에서 가장 큰 곳은 경기 이에 있는 청강문화산업대라고 한다. 한 학년에 90명을 모집한다. 수성대는 정원이 30명이다. 절반은 웹툰을 그리고 절반은 웹소설을 그린다, 고 하지만 사실상 융합될 수밖에 없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웹툰도 성공하기 마련이다.

대구경북에서 웹소설을 전공으로 다루는 대학은 두 곳이다. 수성대와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경주의 동국대 와이즈캠퍼스는 웹문예학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 소설 등을 배우는 순문학 중심의 문예창작학과가 아니다. 현재 우리지역에서 문예창작학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계명대가 유일하다. (경주대에 있던 문예창작학과는 없어졌다.)

웹소설을 쓰는 이들은 '등단'을 '데뷔'라고 불렀다. 시, 소설 등 순문학 등단(신춘문예 당선, 문예지 신인상 수상)에 비견되는 것으로 웹소설 플랫폼에서 데뷔하는 것이다. 문단에 자신을 알린다는 의미보다는 독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에 가깝게 풀이할 수 있겠다.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등 플랫폼에 작품을 내놓고 데뷔하는 건데 인기 있는 작품이라면 독자들이 유료로 읽는다. 100만 뷰를 넘어서면 벌이가 꽤 되는데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지면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편을 제작하기에 작품이 활어처럼 살아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하루 한 편씩 쓰는 연습을 한다. 웹소설 한 편이 단편소설 한 편에 해당하는 분량(A4 용지로 10장 남짓)이라는 게 함정이다. 무협, 로맨스, 판타지가 뒤섞인 혼종이 대세다. 시류 반영도 빠르다. 최근에는 '이혼'과 '천재(天才)'가 주요 소재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혼 후 타임 슬립, 이혼 후 빙의 등으로 판타지 작품이 제작된다.

학과장은 서두에 등장한 홍우진 교수다. 현직 웹소설 작가다. 만 29세, 1994년생이다. 대구와 경산권 대학 교수진(전임으로 한정) 중 최연소다. 여담인데 1993년 이후에 태어난 교수 중에는 경북대에 심우주(수학교육과), 손성민(스마트플랜트공학과) 교수도 있다. 소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다. 안타깝게도 본지에서 파악하지 못해 기사에 함께 기록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제보 부탁드린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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