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무릎' 발언 파문에 여당이 내놓은 오역 주장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들이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보스턴에 체류 중인 박 전 장관은 "현지에서도 한국 정부가 고용한 행사 관련 에이전시(대행사)들이 프로페셔널 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최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논란을 두고 "대통령께서 외신하고 인터뷰를 하면 첫째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의 원본을 당연히 대통령 대변인실이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 그것을 수석대변인 정도 되면 다 읽고 인지하고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에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 주어 논란이 있었는데, 이 주어가 그 당시에 불분명한 상황이었다면 인터뷰 현장에서 누군가가 '이것은 이런 의미로 말씀하신 건가'라고 (확인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정정을 했어야 된다"고 짚었다.
박 전 장관은 "제가 보기엔 (당선) 1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도 아직도 대통령실 참모들이 상당히 미숙하다. 특히 대변인실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한 번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이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사전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고, 일정이 계속 변경되는 등 과정 속에서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정부가 계약한 행사 관련 에이전시들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이런 얘기들이 상당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일본 무릎'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주어가 빠진 오역'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생략된 주어는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갖고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라고 WP의 오역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인터뷰 당사자인 WP 기자가 직접 밝힌 인터뷰 원문에 따르면 생략된 주어는 여권 주장처럼 '일본'이 아니라, '저는(윤 대통령)'으로 밝혀졌다.
인터뷰를 진행한 WP 도쿄/서울지국장 한국계 미셸 예희 리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 원문에는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100년 전 일을 갖고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장의 주어는 '저는' 즉, 윤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되레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유 수석대변인은 전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실관계 파악이 미흡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논평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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