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광주의 군 공항 이전 특별법 동시 통과 추진은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이는 2013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교류 협력 단계로 올라섰다는 의미도 갖는다.
강 시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두고 "목욕탕 친구"라고 했다. 두 사람은 17, 18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그리고 국회 목욕탕에서 인연을 맺었다.
"홍 시장님은 특정 이념이나 정당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적인 정치인이죠. 정치적 담론을 던질 줄 아는. 그런 매력 때문에 더 의기투합한 것 같아요."
강 시장은 "대화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먼저 일치해야 한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감정이 깔리고 그 위에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와 광주가 '달빛동맹'을 통한 교류 협력을 강화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해보자면?
▶물론 '달빛동맹'의 백미는 대구-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의 국회 통과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구와 광주 시민들이 공동의 이익을 향해 함께 가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라고 본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일핵구도로 고착된 대한민국의 상황을 타파하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고, 이념이나 지지 정당 기반에 차이가 있더라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공통 과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대구와 광주가 정치적, 사회적, 지리적, 정서적으로 상당히 다른 점이 많은데, 공통 과제는 어떤 면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구와 광주는 현대사에서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다. 대구에 1960년 2·28민주운동이, 광주에는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있었다. 적어도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전에는 대구가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경제적으로도 대구가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찌이고, 광주는 꼴찌 바로 앞이다. 이처럼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 구조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방은 살지 못한다는 점도 일치한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경제적 활로를 찾아야한다는 점, 그 활로를 통해 시민의 행복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한다는 점에서 공통 과제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교류 수준에 그치던 '달빛동맹'이 민선 8기 들어 실질적인 협력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달빛동맹'은 분명히 성과가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갈라지고, 문화적·일상적 교류는 이어가는 형태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와 일상의 교류가 잘 합치되거나 성과로 쌓이지 못했다.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은 '4대 관문론'을, 나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산업 반도체 동맹'을 제시했다. 이 두 가지가 사실은 연결되는 점이 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을 키우려면 공항이 필수 조건이자 기반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산업을 살리려면 공항부터 열어 보자는 점에서 통했다.
대구와 광주의 동맹이 거론되는 본질적인 이면에서는 산업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 특히 선거제도 개편의 문제가 있다. 불합리한 선거제도로 지역 대결 구도가 고착화됐고, 선거제도를 바꿔서 한국의 정치 구도를, 그 본질을 바꿔보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착화된 지역 구도를 바꾸는 일이 지자체장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면이 있는데?
▶이번에 군 공항 특별법을 대구와 광주의 노력으로 여야를 견인한 것 아닌가. 양 시장만 노력한 것이 아니라 양 지역 정치권이 함께 국회에서 노력해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처럼 할 수 있다는 상징물이 생겼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 상징되는 대구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인 광주가 대한민국 정치에 파열음을 낼 수 있도록 선거 제도와 정치 구도를 전환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대구와 광주는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이어 달빛고속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별법과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달빛고속철 특별법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에 제출해서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이 특별법을 여야 정당의 공약으로 삼아서 22대 국회에 내는 게 좋을지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 달빛고속철을 두고 경제성 논리를 내세워 불필요한 투자라고 시비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호남고속철도를 추진하던 2005년 당시에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논리가 있었다. 그걸 정치적 논리로 밀어 부친 것이 맞아 떨어졌다.
'경제성 고구마'에 갇히는 건 대한민국 전체를 보지 못하고 서울만 보고 있어서다. 영호남의 경제 교류를 연결하는 달빛고속철은 서울 중심의 단극체계를 다극체계로 만드는 길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의 바람을 일으키는 길이 될 것이다.
하계아시안게임은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해본 대구와 광주가 다시 한번 유치하자는 것인데, 경제성으로 보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경제성을 넘어 대구와 광주가 대한민국의 정치 구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국가산단 지정으로 대구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광주는 미래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두 도시가 협력할 면도 있을 것 같은데?
▶대구와 광주는 모두 내륙도시이고, 분지 형태다. '대프리카'가 유명하지만 광주도 요새는 '광프리카'라고 할 정도로 덥다. 환경적인 면에서 약점이 동일한 셈이다.
대구는 로봇과 엔진 분야에서 분명 강한 도시다. 광주는 완성차 공장 2곳이 있고, 미래차를 위한 여러 실증기관과 연구기관, 인증기관이 있다.
광주는 제조업이 취약한 대신 문화관련 기업이나 AI 기업들에 상당한 강점이 있다. 대구는 앵커기업이나 대기업은 없어도 뛰어난 중소기업들이 많다.
미래차에 대한 주도권은 아직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도 쥐고 있지 않다. 미래차를 향한 투자와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미래차는 모터, 배터리, 라이더, 레이더 등 여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영역이 넓기 때문에 대구와 광주가 자신들만의 특화된 소부장 영역을 키워가면 좋겠다.
-'달빛동맹'이 보다 실질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선거의 계절이 되면 협력해왔던 두 지역이 다시 서로 손가락질 하거나 생각이 달라지거나 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의 중앙집권국가이기 때문에 균형 발전 정책이 강하게 작동해야한다.
영호남의 갈등이 아니라 대전 이남과 이북의 갈등으로 인위적으로 전환해야한다. 그런 점을 대전 이남 지자체장들이 동의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이남과 이북의 대결, 경쟁의 구도로 가야한다. GRDP 꼴찌와 꼴찌 앞자리가 싸우는 구도를 바꾸지 않으면 교류는 늘 축적되다가 무너지길 반복할 것이다.

-향후 대구와 광주의 교류 협력을 확대할 묘수가 있을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정확히 싸워야 하고, 더 나아가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대구와 광주가 섞이고, 서울과 일체화된 다른 지방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과제라고 본다. 대구와 광주는 교육, 산업, 인프라, 문화의 문제로 보면 정말 동병상련이다. 그런데 선거제도라는 장벽 때문에 합쳐지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화운동의 상징을 공유하면 좋겠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43주기 기념식에는 홍준표 시장이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5·18민주화운동과 2·2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정당이나 지역, 이념에 상관없이 이견이 없도록 끝내면 좋겠다. 여기에 대해 대구와 광주의 생각이 아직도 다를 수는 없다. 홍 시장이 광주에 와서 확실하게 언급해주면 좋겠다.
독일 정치인이 나치즘을 옹호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것처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없다. 확실히 매듭짓고 새로운 역사를 홍 시장과 정립해가고 싶다. 대구와 광주의 협력이 새 시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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