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민지(MZ)] 팔공산 속 숨은 정원, '시크릿가든'을 가다

취미로 시작해 25년 공들인 정원 조경…500여종 수목 한 자리에
지역 내 카페서 잘 다루지 않는 꽃차 눈길…달콤한 떡과 함께 제공

숲속에 숨어있는 느낌의
숲속에 숨어있는 느낌의 '시크릿가든'의 오두막 건물. 이화섭 기자.

영어 '시크릿가든'(Secret Garden)을 직역하면 '비밀의 정원'이다. 현빈과 하지원이 나온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인기를 끈 이후 많은 곳에서 '시크릿가든'을 상호명으로 쓰는데 이번에 찾아간 곳은 이 단어의 뜻과 착 달라붙는 곳이다.

차도 입구에서 내려오면 숲 속에 숨은 정원과 오두막을 발견할 수 있다. 이화섭 기자.
차도 입구에서 내려오면 숲 속에 숨은 정원과 오두막을 발견할 수 있다. 이화섭 기자.

◆ 산 속에 숨어있는 '시크릿 플레이스'

경북 칠곡군 동명면 득명리에 있는 '시크릿가든'은 정말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지도 앱에 의존하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한티재 방향으로 접어들때 쯤 득명리 방향 샛길로 살짝 빠져나오면 '식물원 cafe 시크릿가든'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 간판이 보인다. 왠지 산 속 깊숙히 숨어있는 곳으로 간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느낌이 맞다. 솔직히 대구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곳이다.

그럼에도 '시크릿가든'을 추천하게 되는 이유를 들자면 '나만 아는 숨어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몇 안되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팔공산, 비슬산 등 대구 외곽지에 있는 카페들을 살펴보다 보면 포장도로 바로 옆에 2~3층짜리 건물로 들어서 카페임을 웅변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크릿가든'은 좀 다른 것이 문을 연 지는 오래 됐지만 산 깊숙히 숨어있다보니 건물 자체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은 나름 널찍하니 차를 가져와도 주차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난 뒤 비탈길을 조금 걸어내려오면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이 하나 보인다. 마치 비밀의 정원 속 낡은 오두막을 연상시킨다. 왠지 도시의 번잡함을 모두 끊고 조용히 숨어 쉴 수 있는 공간 하나를 발견한 듯한 느낌에 찾아온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을 받을만한 곳이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 높은 쪽 정원에서 바라본
'시크릿가든' 오두막에서 차를 즐기는 손님들. 통유리창 너머로 정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화섭 기자.

◆ 카페라 불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정원

'시크릿가든'이 문을 연 것은 1998년, 카페 영업을 한 것은 약 8년 전부터다. 하영섭 대표가 맨 처음 이 곳을 만들 때에는 '외국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정원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품었었다. 그래서 팔공산 한티재 기슭 5천평(약 1만6천500㎡) 가량의 부지에 약 500여 종의 식물을 심어서 정원을 만든 것이 지금의 '시크릿 가든'이다.

그래서 하 대표는 자신이 가꾼 정원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동경도 컸고, '외국에는 역사가 묻어나는 정원이 많은데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가'라는 의문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하 대표는 25년 전부터 개인 사업을 하며 정원을 만들어나갔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 은퇴 후에는 전적으로 정원 만들기에 매진하게 됐다. 하 대표의 이러한 집념 덕분에 '시크릿가든'은 경상북도 제 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꽃차에 올라갈 식용 꽃을 직접 따는 하영섭 대표. 이화섭 기자.
'시크릿가든'으로 들어가는 다리. 이화섭 기자.

'시크릿가든'으로 내려가는 길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정원의 한 공간이 이미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리를 건너기 전 뒤를 잠깐 돌아보면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시원함을 더한다. 정원 쪽으로 난 오솔길이 있지만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 오두막 안에 들어가도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잔디밭과 그 너머의 푸르른 숲이 눈을 시원하게 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 아껴서 본다'고 치고, 일단 차 한 잔 주문한 다음, 자리에 앉아본다.

'저 잔디밭 주변의 수목들이 다인가?'라는 생각이 들때쯤 발걸음을 잔디밭 너머에 있는 오솔길 쪽으로 옮긴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다양하게 가꿔진 꽃과 나무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 곳의 꽃과 나무들은 하 대표가 직접 가꾸고 키운 식물들이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 높은 쪽 정원에서 바라본 '시크릿가든'의 전경. 이화섭 기자.

의자와 테이블은 다양한 위치에서 정원을 구경할 수 있도록 건물 밖에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날씨가 만약 너무 덥거나 춥지 않다면 차라리 야외 테이블을 잡은 뒤 음료를 주문하러 가도 좋을 듯하다. 오며가며 정원 구경하기가 참 좋다.

'시크릿가든'의 꽃차. 위쪽 노란색 차가 목련차, 아래쪽 빨간색 차가 맨드라미 차. 이화섭 기자.

◆ 꽃을 보러 왔으니 차도 '꽃차'로

하 대표에게 '시크릿가든'에서 마실만한 음료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꽃차 종류가 잘 나간다"고 말한다. 하 대표는 "카페를 처음 열 때만 해도 대구경북지역 내 카페에서 꽃차를 다루는 곳이 없어서 잘 팔릴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꽃차를 내세운 이유를 물어봤더니 하 대표는 "정원을 찾은 분들이 꽃을 보다가 꽃차를 파는 걸 보면 왠지 드시고 싶어하실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꽃차는 색깔도 예쁠 뿐더러 차 자체의 약리작용 덕분에 건강도 챙길 수 있다. 목이나 기관지가 좋지 않다면 목련차를, 눈 건강이 염려된다면 메리골드차를 선택하면 좋다. 만약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나 당뇨가 걱정되는 분이라면 수국으로 만든 '이슬차'를 많이 추천한다.

'시크릿가든'의 꽃차는 차의 약리효능을 적은 나무받침과 식용 꽃으로 장식된 떡과 함께 제공된다. 이화섭 기자.

'시크릿가든'에는 10종류의 꽃차와 2종류의 블랜딩 꽃차를 취급하고 있다. 블랜딩 꽃차는 차가운 음료로 제공되는데, 매화와 아카시아, 수국을 블랜딩한 '슈만과 클라라', 맨드라미, 아카시아, 수국을 블랜딩한 '빨강머리 앤'이 있다. 꽃차들은 달콤한 떡과 함께 제공된다.

일부 꽃차 종류는 '시크릿가든'에서 직접 만들기도 한다. 또 떡 위에 올라가는 장식용 꽃도 먹을 수 있는 식용 베고니아인데, 이 또한 '시크릿가든'에서 직접 키운 꽃을 이용한다.

꽃차에 올라갈 식용 꽃을 직접 따는 하영섭 대표. 이화섭 기자.

◆ 정원은 아직도 가꿔지는 중

'시크릿가든'을 둘러보는 많은 손님들이 핸드폰 카메라로 정원을 찍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린다. 어떤 손님은 차를 다 마신 뒤 "정원 좀 둘러보고 갈게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모두 완연한 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 대표는 "원래는 잔디밭 아래쪽도 정원으로 만드는 중이었는데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문에 피해를 입어 복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잘 가꿔진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하 대표는 "정원을 거의 혼자 가꾸다보니 곳곳에 제대로 가꿔지지 않은 공간이 보여 손님들에게 죄송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한다. 5천평의 정원을 가꾸는 건 혼자 힘으로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를 연 이유도 정원을 찾는 손님들의 편의시설 용도와 함께 정원 유지 비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컸다.

'시크릿가든'의 숨은 장소인 '소소헌'. 원래는 하영섭 대표가 사무실처럼 쓰던 공간인데 손님들을 위해 개방했다. 이화섭 기자.

하 대표는 앞으로도 '시크릿가든'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를 보일 것이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정원 옆에 백숙집이나 고깃집같은 음식점 하나 차리면 정원 가꾸는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텐데 왜 안 그러나'라고 묻는데, 그렇게 하면 제가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쉼터로서 작용할 정원'이라는 가치가 망가질 것 같아서 현실적 타협을 본 것이 카페"라며 "카페와 함께 정원 또한 계속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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