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넘게 나서지 마라"…5·18 사죄한 손자 꾸짖은 이순자

전우원씨 친모 향해 "어마어마한 재산 받고…무슨 목적 갖고 그러나"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5·18 유가족 김길자 씨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집안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에게 사죄한 손자 전우원 씨를 향해 "주제 넘게 나서지 말라"고 질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9일 방영된 MBC PD수첩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에서는 전우원씨가 지난달 19일 이씨의 연희동 자택을 찾는 모습을 담았다.

전씨는 이씨를 만나려 했으나 집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전화 연결도 닿지 않았다.

전씨는 이씨에게 "할머니, 미국에서 보러 오라고 하셔서 뵈러 왔어요. 많이 바쁘시죠? 사랑해요 할머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이씨가 전씨에게 보낸 답장 메시지엔 "네 기억의 출처는 모두 16년 전 우리 집을 떠난 너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인 듯 하니 한번 물어보렴"이라며 "마약에 손을 대고 해롱대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라고 쏘아붙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 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해라"라고 꾸짖었다.

이씨는 또 PD수첩 제작진에게 손자인 전씨가 폭로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손자 전씨의 비자금 폭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묻는 말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제작진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MBC가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이씨는 "겨우 열 한 살. 그 아이가 폭로하는 내용은 모두 그 어미가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용 일가는 일본에서 돌아온 후 분가해서 살고 있었고 일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모여서 운동하거나 놀이공원에 가거나 오락실에 가는 등의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손님을 일요일에 집으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전 전 대통령 둘째 아들 전재용 씨의 전 부인이자, 전우원씨의 친모인 최모 씨를 겨냥해 "우원이는 아무리 허튼소리를 해도 내 피붙이라 끙끙 앓으면서도 참고 있지만, 우원이 친모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위자료로 받고 2007년에 이혼한 사람이 무슨 목적을 갖고 병든 아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지"라고 했다.

앞서 전우원씨는 지난달 TV와 라디오 방송 등에 나와 할아버지 집에 손님들이 올 때마다 "연희동 저택은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지난달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전씨는 할아버지의 연희동 자택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는 사람이 밀어야지만 금고가 나오고 금고도 이렇게 돌려서 여는 그런 금고다. 금고를 열고 들어가면 안에 1천만 원 단위 현금 다발이 묶여서 차곡차곡 벽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직접 눈으로 봤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본 거는 손님들 오셨을 때 1천만 원이나 100만원씩 계속 돈 봉투로 해서 드리는 건 자주 봤고, 지하 금고에도 돈이 있었지만 지상에 위치한 할아버지 침실 지나 서재에 또 따로 있었다"고 했다.

전우원씨 친모인 최씨는 이날 MBC 방송에서 "연희동 집 지하에 금고방이 있었다, (금고방) 사방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장식으로 돼 있었는데 거기에 돈이 꽉꽉 채워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재용 씨는 "당시에 비자금이 없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어린 며느리 앞에서 그런 걸(금고방) 보여줬을리가 없다. 그분들이 주장하는 것 같이 그렇게 막 쌓아놓은 걸 목격했다든지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