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 없다면…

왜 우리는 '욱'할까…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 있다가 한 번에 폭발하는 것
아이들에게 '욱'의 원인 스스로 찾고 조절해보는 기회 주는 게 중요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하기 싫어요. 정말 싫어요. 왜 해야 하나요?"

"네가 뭔데?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어디 두고 봐. 가만 안 있을 거야."

교실 수업에서 활동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끔 이런 말들을 한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되지 않을 때 쉽게 화를 내고 어떨 땐 소리까지 질렀다. 처음엔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냐고 다그치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감정은 더 격해져 때로는 교사의 말에 반기를 드는 건 아닌가 하며 권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사의 권위에 대한 반항보다는 아이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고 한꺼번에 표현되는 경우일 때가 많았다. 이때 흔히 쓰는 말이 바로 '욱'이다. 다시 말해 '욱'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 있다가 한 번에 튀어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욱한다는 것은 정확히 말해 감정 조절이 미숙하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을 가르치는 우리 교실의 모습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잘되지 않아서 문제지만.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반영해 발달단계에 맞춰 5학년 도덕 단원에 '내 안의 소중한 친구'라는 단원에서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교과서를 살펴보면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이 일어났을 때 드는 마음이나 기분', '욕구'란 '어떤 것을 얻거나 어떤 일을 하고자 바라는 마음의 움직임'으로 각각 정의된다.

이러한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방법으로 '마음 신호등 3단계'를 제시했는데, 1단계 멈추기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2단계 생각하기는 감정과 욕구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보기, 3단계 표현하기는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며 내 마음 성숙하게 표현하기다. 적용하기를 위해 자신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려 마음 신호등 3단계로 다시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배우게 된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어느 단계가 가장 어려운지 물었다. 그랬더니 욱하는 감정을 멈추는 것도 어렵고 기분이 상해서 욱하는 감정이 생겼는데 어떻게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맞는 말이다. 감정 조절이라는 게 말은 쉽지만,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란 교사인 나 역시도 쉽지 않았다.

내가 욱하는 감정이 있을 때 써먹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줬다. 첫째, 욱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장소 바꾸기, 둘째, 평소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과자 먹으며 보기 등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을 소개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저도 그래요." "저는 맛있는 거 먹어요.", "저는 음악 들어요.", "저는 그림 그려요." "저는 게임하거나 유튜브 동영상 봐요." "저는 심호흡을 해요." 등 자신만의 방법을 이야기해 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수업한 나 역시 수업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앞서 교실 상황에서 나왔던 '하기 싫다, 가만있지 않을 거다, 내 마음대로 할 거다'라는 부정적인 표현 자체를 나무라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른이자 부모인 나부터 노력하기

감정 조절이 어려운 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른이 될수록 감정 조절이 발달해 욱하는 상황이 줄어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기라도 하지만 어른들은 배우려면 특별히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교사로서 나 또한 아이들이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다투는 상황, 의도한 방향대로 수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내가 목표한 것보다 잘하지 못했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욱하는 상황을 합리화하거나 당연시했던 것 같다. 이는 교실이 아닌 집에서 엄마로서도 마찬가지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나 역시 아침 시간은 1분 1초가 아까운데, 아이들의 행동은 너무 느리게 느껴져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 출근길 차 안에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욱할 일도 아니었고 결국 준비해서 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다음날 여전히 욱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른인 나도 생각한 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감정을 조절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부모로서 큰 욕심이 아닐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부모인지 알려면 아이를 보라는 의미도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부모 먼저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아이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속 감정 그릇을 살펴본다. 내 감정 그릇 자체가 작고 좁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욱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오래 담고 싶지는 않다. 냄새 나는 쓰레기는 즉시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사람은 못될지언정 고약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부모로서 그걸 깨닫는다면 지금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어른, 부모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으면서.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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