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가스공사, 달서구 가스 정압관리소 계획 포기…서구 시설 증설로 우회한다

지난해 부지 매입 마쳤지만, 주민 반대 끝에 무산
"고압가스 배관 문제 남아…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해야"

성서열병합발전소 전경. 대구안실련 제공
성서열병합발전소 전경. 대구안실련 제공

한국가스공사가 대구 달서구 성서 2차 산업단지 안에 정압관리소를 짓는다는 기존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가스공사 관계자는 "성서산단에 정압관리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최종적으로 철회됐다"며 "서구 중리 정압관리소를 증축·확장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정압관리소를 설치하기 위해 달서구 갈산동의 한 염직공장 부지를 매입한 바가 있다. 정압관리소는 고압가스의 압력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해 성서열병합발전소 발전용량을 늘린다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계획에 필요한 제반시설이다.

정압관리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시민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사고 위험이 크고 시설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예정 부지 인근에 상업지역과 공장 밀집지역이 있어 유사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에 가스공사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입장차를 좁힐 수 없었다. 더욱이 대구시가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는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터라, 가스공사 입장에선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 수렴을 반영한 계획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최근 가스공사 측으로부터 시설 입주를 위해 거쳐야 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성서열병합발전소 증설을 둘러싼 가스공사와 인근 주민들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중리 정압관리소에서 성서열병합발전소까지 이어지는 고압가스 배관 매립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계획에 따르면 고압가스 배관은 지하 1.5m 깊이에 매립돼, 중리 정압관리소부터 용산·이곡·월성동 등을 거쳐 약 8㎞ 정도의 도심지역 지하 구간을 지나간다. 이 역시 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대립각을 세워온 부분이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정압관리소 설치 계획 철회는 시민 안전 차원에서 볼 때 당연한 결정"이라며 "고압가스 배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가스공사는 가능한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으로 배관을 설계해야 하고,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 후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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