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 역사 100년을 간직한 '의료선교박물관'이 지자체의 갈등 속에 방치되고 있다. 지붕에서 물이 새는 등 수리가 시급하지만 대구시와 중구청은 수리비를 놓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병원 후문으로 나와 청라언덕으로 향하자 오래된 주택 3채가 눈에 띄었다. 세 개의 주택은 모두 1906년~1910년 무렵에 건립된 의료선교박물관이다. 선교박물관(스위츠 주택), 의료박물관(챔니스 주택), 교육역사박물관(블레어 주택)으로 구성됐다. 대구 지역 선교·의료·교육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4·25·26호로 지정됐다.
100년이 넘은 챔니스 주택 내부는 심하게 낡아 있었다. 장판은 그간의 임시 수리 흔적을 보여주듯 군데군데 다른 색깔을 띠며 얼룩덜룩했고 발을 딛는 곳마다 약한 지반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바닥에 덮어놓은 비닐 위로 지난 4~7일 나흘에 걸쳐 내린 비가 흥건했다. 설상가상으로 창문은 고장으로 열리지 않아 습기에 눅진해진 곳을 환기할 수도 없었다.
의료박물관을 관리하는 학예사는 "주택 자체가 100년이 넘어 부분 수리를 해도 임시방편일 뿐 효과가 없다"며 "많게는 20명 넘는 관광객이 들어오는데, 바닥이 약해 금방 꺼질 것 같아 안전상의 문제로 3년 전 출입문을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의료선교박물관이 이처럼 방치된 배경에는 대구시와 중구청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해 12월 시 유형문화재 제48호인 대구상업학교 본관건물 보수 공사를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중구청이 시 소유 문화유산이라는 이유로 보수 공사를 거부하자 대구시는 자체 예산 5억8천만원을 편성해 보수 공사 절차를 진행했고 올해 7월 초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후 대구시는 중구청을 상대로 예산 삭감 조치를 올해 1월 단행했다. 문화재 보수는 통상적으로 시와 구·군이 각각 85%, 15%씩 예산을 분담해서 진행하는데, 중구청만 시 50%, 구청 50%로 조정한 것이다.
중구청 공무원 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가 시 지정 문화재 보수 정비를 위한 사업비 분담 비율을 중구청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바람에 문화재에 대한 보수 및 정비가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난 11일 대구시와 중구청은 문화재 전문가로 꾸려진 자문위원회와 함께 의료선교박물관의 상태를 보기 위해 한 차례 회의를 열었다. 지붕이 가장 긴급하게 보수돼야 한다는 점에는 대구시와 중구청 모두 의견이 모아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자문위원회를 통해 의료선교박물관의 상황을 진단한 결과 지붕 보수만 약 1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체를 보수하기 위해선 5억6천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신희 대구시 문화유산과장은 "시 지정 문화재 보수 정비를 위한 비율 조정은 문화재 보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구·군과 차등을 두기 위한 것"이라며 "긴급 보수를 할지 말지는 중구청이 자체적으로 지붕 누수 원인을 파악한 후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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