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가 시즌2를 넘어 시즌3를 찍는다는 건 우리네 현실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가 바로 그 이례적인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무엇이 시즌을 잇는 인기를 이끌고 있고, 새 시즌이 그려낼 서사는 무엇일까.
◆시즌3로 돌아온 저력
이제 시즌제는 한국 드라마에도 익숙해졌다. 성공한 작품이 시즌2로 돌아오는 일이 흔해졌고, 시청자들도 잘된 작품의 시즌제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2를 넘어 시즌3를 찍은 작품은 여전히 귀하다. 그건 한국 드라마가 시즌제라고 하더라도 미드나 일드 같은 개념의 시즌제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속편에 대한 요구 정도로 받아들이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즌3로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례적이면서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좀 더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2016년 시즌1이 2020년에 시즌2가 방영된 후 올해 시즌3로 돌아왔다. 의학드라마야 워낙 성공 확률이 높은 드라마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 이 작품이 방영된다고 했을 때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너무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나와 더 이상 새로운 서사가 가능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낭만닥터'라는 지칭이 어딘가 판타지스럽게 느껴져 리얼리티가 관건이 되는 의학드라마와 어울릴까 싶은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최고시청률 27.6%(닐슨 코리아)를 찍으며 그 해 SBS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만큼 화제성도 높았고 평가도 좋았다. 그 이유는 김사부(한석규)라는 판타지적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가 지방의 작은 돌담병원에서 사고로 밀려오는 외상환자들을 하나하나 치료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디테일한 리얼리티와 더불어 드라마틱한 전개가 더해져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했던 건 당시 외상센터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을 해온 이국종 교수 같은 인물로 모델로 삼고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모은 데다, 이를 김사부라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판타지적 인물로 풀어냄으로써 균형 잡힌 작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김사부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낭만'이 설득력이 있었다. 낭만은 이 인물이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올드 팝 같은 아날로그적인 면모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전히 환자만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들이 존재하지만, 도시의 점점 기업화돼가는 병원들이 의술을 인술이 아닌 기술로 활용하는 시대에 들어섰고, 그래서 부유한 이들은 VIP 대접을 받으며 죽을 병도 고쳐 살아나지만, 가난한 이들은 치료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병도 방치돼 죽는 현실이 바로 이 낭만을 소환했다.
김사부가 말하는 '낭만'은, 그래도 의사라면 환자의 생명을 위해 그 어떤 조건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살리려 애쓰는 그런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낭만적인' 서사는 그래서 외상병원이라는 실제 이익보다는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요구가 담기면서, 동시에 돈에 의해 생명이 좌우되기도 하는 비정한 현실을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이 낭만을 안고 성공한 시즌1은 시즌2로도 이어져 역시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다.

◆가치관 대결로 돌아온 시즌3
'낭만닥터 김사부'의 시즌1이 생명이 경시되는 인간다움이 없어진 세상에 일갈을 하는 김사부의 '낭만'을 그렸다면, 시즌2는 지방의 돌담병원과 그 사업주체인 서울의 거대병원 사이의 대결구도를 통해, 보수와 진보, 금수저와 흙수저, 갑과 을, 주류와 비주류 등등 모든 게 이분법으로 나눠 대립하는 이른바 '혐오의 시대'에 대해 저항하는 김사부의 '낭만'을 그렸다. 그렇다면 새로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전 시즌과는 무엇이 달라졌고, 또 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려 하고 있을까.
시즌3가 그리려는 세계는 시작부터 돌담병원의 변화에서부터 감지될 수 있다. 즉 돌담병원 바로 옆에 김사부가 그토록 꿈꿨던 현대식으로 최신식 설비를 갖춘 외상센터가 우뚝 서게 된 것이 그것이다. 이미 세워진 외상센터는 바로 그 옆에 퇴락한 돌담병원과 대비를 이룬다. 그런데 외상센터가 완공돼 개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김사부는 갑자기 그의 외과의 시절 라이벌이었던 차진만(이경영) 교수를 외상센터장에 앉히려 한다.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히 차진만 교수는 김사부와 달리 시스템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다. 그래서 당장 환자가 들어와도 생존 확률이 너무 낮으면 매뉴얼에 따라 무리한 수술을 하는 걸 반대한다. 그는 환자도 중요하지만 의사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사부 밑에서 '낭만'을 이야기하며 가족들과 보낼 시간조차 없이 응급실에서 보내는 의사들의 현실을 보면, 차진만 교수의 이야기는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외상센터장으로 내려오게 된 차진만 교수는 김사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김사부와 대립한다는 점에서 차진만은 마치 돌담병원 사람들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빌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건 가치관이 다를 뿐이다. 교통사고로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만 해도 별로 긴급하지 않게 보여 관찰하기만 했던 한 의원의 아들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하게 된 사건에서 그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담당 의사는 그것이 자기 잘못이라며 자책하고 고개를 숙이려 하지만, 차진만은 그 의원에서 병원에서는 절차대로 한 것이라며 의사를 보호한다. 즉 매뉴얼과 원칙대로 했다면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게 차진만 교수가 가진 생각이다. 이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면 김사부의 생각은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로서 지나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더 많은 시즌 기대케하는 완성도
물론 김사부와 차진만의 가치관 대결은 어느 정도 그 결말이 나와 있다. 당연하게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김사부이고, 무엇보다 그냥 외과가 아닌 '외상센터'가 이들이 발 딛고 있는 곳이다. 매뉴얼과 시스템을 중시하는 차진만이 그 룰에 맞춰 하면 '옳다'고 하는 말에 그의 딸이자 김사부의 수제자인 차은재(이성경)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그렇죠. 근데 여긴 외상이잖아요. 외상에서 과잉진료라는 건 없어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곳이죠. 저는 그걸 지난 3년 동안 사부님께 배워온 거구요."
그렇게 말하는 차은재를 보며 아버지인 차진만의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피어난다. 결국 김사부가 차진만을 외상센터장으로 끌어들인 건 이런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김사부가 향후 자신이 어떻게 됐을 때를 대비해 차진만을 부른 것이고, 그의 실력만큼 가치관도 외상센터에 맞게 바꿔주길 바랐던 것이다.
이러한 서사의 성장만큼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눈에 띄는 건 완성도의 진화다. 시즌을 거듭해서인지 아니면 이 작품과 함께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강은경 작가와 유인식 감독 또한 성장해서인지 시즌3는 여러 사건들을 한 회차에서 동시에 풀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이것은 어쩌면 시즌제 드라마가 갖는 진짜 장점일 게다. 세트를 반복해 활용하고, 그래서 그 위에 벌어지는 사건들이나 동선들에 대해서 작가나 연출자 나아가 연기자들도 훨씬 능숙해졌다고나 할까. 어쩌면 '낭만닥터 김사부3'는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가 가야할 길들을 앞서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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