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비상구가 갑자기 열리면서 대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탑승한 시민들과 승무원 등 '숨은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비상구 문을 연 범인을 제압하고 추가 피해를 막았다. 이날 오전 11시 49분 승객 194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낮 12시 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30대 남성이 출입문을 갑자기 개방했다. 여객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약 700피트(213m) 상공에 떠 있다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착륙 직후 긴급체포된 범인의 범행 동기는 황당했다. 경찰 조사에서 "답답해 내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그는 28일 바로 구속됐다.
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이날 사고를 막아낸 건 함께 탑승했던 시민들과 승무원들이었다.
경북의 한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A(41) 씨도 영웅들 중 1명이었다.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한 A씨에 따르면 비상구 문을 연 범인은 착륙 중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승무원 4명이 간신히 붙잡았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다간 남성을 붙잡고 있던 승무원들까지 밖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급하게 '도와달라'는 승무원의 요청에 A씨를 포함한 3명이 나섰다. A씨 등은 뛰어내리려는 남성을 끌어올리고 움직일 수 없도록 제지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비행기가 착륙하자 상황은 정리됐다.
A씨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만 듣고 뛰어갔다. 살리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또 다른 '숨은 영웅'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는 '공포의 착륙' 속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으로 기내에서 범인 옆자리에 앉았던 이윤준(48) 씨다. 사건 당일 이 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에서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이날 사고 직후 한 언론에 보도된 탑승객의 '거짓 인터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탑승객과 달리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 있더라. 그냥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했다.
반면 사고 목격자 등이 SNS 커뮤니티 등에 올린 글에는 '여성 승무원 4명이 피의자를 붙잡았지만 키 185㎝ 이상에 몸무게가 120㎏은 되어 보이는 피의자를 제압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시민 3명이 가세해 범인을 복도에 엎드리게 한 상태로 몸을 눌러 못 움직이도록 압박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씨 등 참사를 막은 '숨은 영웅들'도 "여성 승무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할 일을 했다.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바로잡고 싶다. 승무원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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