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원목 신보 이사장 "국내 경제 불확실성 여전… 자영업자‧중소기업 신용 위험 확대"

최원목 24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작년 8월 취임
올해로 신보 창립 47주년, 대구 본사 이전 9년째
"대학과 협업… 대구경북 대학생 금융 교육 강화"

대구 동구 신서동 신용보증기금 본사에서 만난 최원목 이사장은
대구 동구 신서동 신용보증기금 본사에서 만난 최원목 이사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실물경기 둔화에 따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신용 보증 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47주년 창립 기념일(6‧1)을 앞두고 대구 동구 신서동 신보 본사에서 만난 최원목(63) 이사장은 국내 경제 상황을 이 같이 진단했다. 최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1비서관,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제24대 신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에서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최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 현장을 살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보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우선한 업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영세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불안정한 상황에 절감해 '신보 1호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전국을 다니고 있다. 현장 목소리에 실무자 고민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자주 영업 조직을 방문하고, 기업인들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

취임하고 처음 찾아간 곳은 당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던 신보 김포지점이다. 경기 남부지역 기업인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매출채권보험 지원 확대 아이디어가 나왔다.

쿠키를 만드는 업체부터 방산 업체까지 다양한 기업인을 만났는데 반도체를 취급하는 한 업체 대표에게서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거래처 부도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회사는 매출채권보험 보험료를 매년 1억원 가까이 내고 있었다. 굉장히 큰돈이다.

이걸 어떻게 낮출지 계속 고민했다. 이전까지는 협약을 맺는 자치단체마다 지원 구조가 달랐고 통일된 모델이 없었다.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방문한 신보 춘천지점에서 춘천시에 지원 협약을 제안했고 강원도도 찬성하면서 보험료 지원 3자 협약을 시작하게 됐다.

-작년 취임사에서 "경제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 상황과 그 원인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올 하반기 이후 점진적 대외 수요 회복과 수출 증가를 기대하지만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경제도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 심리와 반도체 중심 재고 증가로 기업의 설비 투자 역시 위축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 악화로 교역량이 축소하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부진한 점도 큰 걸림돌이다.

전반적 불확실성으로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신용 경색 경향이 계속되면 자금 조달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실물 경기 둔화에 따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경북 상황을 보면 고금리 영향으로 기업이 적극적 투자를 미루는 경향이 있지만 미래차로 산업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 실적 호조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기 상황을 맞은 기업에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까?

▶위기 요인이 복잡 다변할 때는 기업별로 위기 요인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보증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어 신보는 경제 요인 변동과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위기 상황과 잠재적 위험도를 측정해 관리하고 있다.

4월 말 일반 보증 부실률은 3.2%로 관리 한도(3.9%) 안에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소상공인의 경우 한시적으로 운영한 소상공인 위탁 보증 신규 공급이 중단돼 부실률이 다소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정부 출연금 등으로 보증 재원을 적시 공급해 운용배수(자기자본 대비 보증잔액)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부실률이 증가하면 운용배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3월 운용배수는 일반 보증 기준으로 8.4배다.

법정 운용배수는 20배지만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운용배수를 10배 내외로 관리하면서 금융권, 대기업 등의 특별 출연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리스크 관리 상황을 매달 점검하고, 분기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부실 추이, 관리 수준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위기 상황에 대비해 나가겠다.

-올해로 신보가 대구로 온 지 9년째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CEO(최고경영자)로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신보는 '중소기업'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고객기업'이라고 표현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금융을 지원하는 곳이 여러 개로 나뉘다 보니 고객이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신보는 창업·벤처기업이든 중소·중견기업이든 생태계 안에 들어오면 다른 기관에 찾아갈 필요가 없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컨설팅해 해당 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거다. 그러면 기관은 여러 개여도 고객 입장에서는 한 기관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해서 유일하게 대구로 이전한 금융 공공기관인 만큼 금융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대구경북의 경제·금융 교육 환경은 비교적 열악하다고 느낀다. 신보는 업계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알려 줄 뛰어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지역 대학에 산학연 생태계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지난 4월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3개 대학에서 특강을 시작했다. 반응도 굉장히 좋아서 대학, 금융기관과 대학생 대상 금융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협업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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