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니콘 대구서 나올까…잠재력 풍부한 후보 기업 어디?

‘대구 1호 유니콘’ 후보는?
대구서 유니콘 나오려면 기업유치-지속지원 중요
대구시도 유니콘 육성 팔 걷어

대구 예비유니콘 쓰리아이의 인공지능 기반 영상촬영 보조장치
'진정한 게이머가 만드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구 예비유니콘 엔젤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아기유니콘 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대구에서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타트업 성장환경 측면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대구에도 잠재력이 풍부한 기업들이 있는 만큼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1호 유니콘' 후보는?

대구에서는 유망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들은 아기·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2~3년간 어려운 환경에도 각자 굵직한 성과를 내며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들은 아기유니콘 육성 정책이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도, 대구 등 지방에서 유니콘이 나오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21년 예비유니콘에 선정된 ㈜엔젤게임즈는 대구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다.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인 박지훈 대표는 '진정한 게이머가 세상을 바꾼다'는 목표로 지난 2013년 엔젤게임즈를 창업했다. 대표작으로는 히어로칸타레, 신의 탑, 로드오브다이스 등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옥을 수성알파시티로 이전하기도 했다. 최근 투자유치 기준 기업가치는 2천억원 수준이다.

박지훈 엔젤게임즈 대표는 "예비유니콘 선정으로 어려운 시기에 회사가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지역 스타트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초기지원뿐만 아니라 단계별 성장에 따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쓰리아이는 아기유니콘에서 예비유니콘으로 성장한 모범 사례다. 대구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사 쓰리아이는 영상 촬영을 쉽게 하는 '피보'(Pivo)로 유튜브 시대 혁신을 불러왔다. 피보는 독자적인 머신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오토트래킹을 적용해 누구나 쉽게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쓰리아이는 최근 열린 CES 2023에서 피보 맥스(Pivo Max)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투자유치 기준 기업가치는 1천600억원 수준이다.

정지욱 쓰리아이 공동대표는 "아기유니콘 선정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성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이나 대외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대구가 매우 좋은 편이며 이 부분에서 자부심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지역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당사를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도권에 지사나 연구소를 두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구 아기유니콘 아스트로젠 전경. 아스트로젠 제공
대구 예비유니콘 쓰리아이의 인공지능 기반 영상촬영 보조장치 '피보(Pivo)'를 사용해 휴대전화로 사람을 인식한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쓰리아이 제공

㈜아스트로젠은 대구 유일의 향토 신약개발사로 현직 의사(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인 황수경 대표가 기술창업한 기업이다. 아스트로젠이 개발 중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AST-001'은 지난 3월 국내 임상 2상을 통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병으로, 아스트로젠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유치 기준 기업가치는 1천300억원 수준이다.

황수경 아스트로젠 대표는 "사업자금 한 푼이 아쉬운 창업 초반에 아기유니콘 선정은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었다. 기업 인지도 상승 면에서도 굉장히 큰 이점이 있었다"며 "대구에서 유니콘이 나오려면 우수한 전문인력을 기업 현장에 영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임트㈜는 스타트업으로는 보기 드문 제조업체라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 출신의 갈승훈 대표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통해 설립한 에임트는 유통 대기업에 고성능 진공 포장재를 공급하는 사업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 첫 번째 기업이기도 한 에임트는 최근 본사를 대구 테크노폴리스로 옮기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투자유치 기준 기업가치는 650억원 수준이다.

갈승훈 에임트 대표는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에임트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수도권 회사였다"며 "당사도 위치는 대구지만 서울에서 왔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기업은 전무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갈 대표는 이어 "대구에서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업종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다른 업종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 예비유니콘 에임트 갈승훈 대표가 자사의
대구 아기유니콘 아스트로젠 전경. 아스트로젠 제공

◆전문가들 "어렵지만, 대구에서 유니콘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를 비롯해 지방의 창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산학연관이 합심하면 유니콘 탄생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며 다양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내놨다.

김대건 계명대 창업보육센터장은 "지역의 유니콘을 창출하려면 특화 산업군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하드웨어 관련 생산시설 등 수도권에서 부지 확보가 어렵거나 지방에 유관기관이 많아 폭 넓은 지원이 가능한 산업군 위주로 선정·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역량 있는 초기 투자기관(액셀러레이터) 확보도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는 서울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구시에서 전략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유치하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범준 계명대 산학부총장은 "유니콘을 육성하려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서 창업하는 것으로는 유니콘이 되기 어렵다. 대학교수들이 실험실에서 창업하는 기술창업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이어 "유망한 스타트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역외기업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몸집이 가볍기 때문에 덩치가 큰 기업에 비해 유치하기도 쉽다"며 "지역에 뿌리가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수도권에서 창업한 곳을 물색해 혜택을 주면 된다. 이를 담당할 독립된 기관 대구투자청(가칭) 설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투자기관 인라이트벤처스 박문수 대표는 "대구시에서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은 스타트업 성장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대구에서도 유니콘 탄생이 가능하며 해야한다. 꾸준히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올리는 노력을 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니콘 육성 팔 걷은 대구시

대구시도 아기유니콘을 비롯한 유망 스타트업 육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올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유니콘기업 육성사업'도 정리하며 체계적인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구 유니콘 탄생을 위한 2023년 신규사업은 대표적으로 창업기업 스케일업 지원사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이다.

창업기업 스케일업 지원은 업력 7년 이내, 5대 대구시 미래산업(로봇, 반도체, UAM, 헬스케어, ABB)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스케일업(단계적 성장)을 지원해 고성장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전체 18개사에 기업당 최대 1억5천만원, 전체 20억원의 R&D 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은 대·중소·공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성장기업과 협력 가능한 지원 대상기업을 연계해 1천만~8천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 대구시는 대동그룹, DB동부, KB, 삼익THK, KT 등 협력기업을 선정해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상실장은 "대구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전폭적이고도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예비유니콘 에임트 갈승훈 대표가 자사의 '콜드체인 패키징'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에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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