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67억 대형 사업 절차 무시…구미시-특정업체 '짬짜미' 의혹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논란
대규모 사업이지만 사전 절차 무시하고 민투방식 진행... 다른 방식(재정사업, 기부채납)은 검토도 안돼
구미시 '제3자 공고 열려있어 절차 문제 없다' 해명하지만 민간투자 방식 외에는 제안 사실상 불가
지난해 구미시의 사업 방식 지적한 구미시의회도 올해는 찬성으로 '선회'

구미하수처리장 전경. 구미시 제공
구미하수처리장 전경. 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시가 1천700억원 이상 재원이 투입되는 '광역(구미·칠곡)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 편들기로 일관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구미시는 2022년 3월 민간투자 방식으로 총사업비 1천864억원(당시 발표 기준) 규모의 환경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사업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지만 매일신문 취재 결과, 이 사업 방식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천700억원 대형사업 결정에 무시된 '사전 절차'

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구미시는 환경부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되기 이전에 국내 대기업 A건설사로부터 민간투자 방식을 제안받았고, 이 제안을 토대로 환경부 시범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프로젝트는 국비 및 도비와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재정사업'과 민간기업의 자본을 지원 받는 '민간투자사업'으로 크게 나뉘는데, 구미시는 초기에 사업 방식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심의 절차 없이 A건설사가 제안한 민간투자 사업 방식을 결정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주요 정책 및 시책의 결정 및 변경 등을 심의·의결하는 '구미시 시정조정위원회'가 있지만, 이 사업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짬짜미'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구미시가 밝히는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민간투자 방식은 전체 사업비 1천767억 중 국비, 도비, 시비 등이 전체 사업비에서 69%를 차지한다.

여기에 민간 업체는 전체 사업비의 31%를 투자하면 구미시로부터 20년 간 매년 운영비 160억원씩 받는 운영권을 갖게 된다. A건설사의 경우 548억원을 부담해 20년 동안 3천200억원을 주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미시처럼 환경부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 8곳 중 5곳은 재정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재정사업 또는 민간투자 방식 중 논의를 거쳐 적합한 방식을 선택했지만 구미시는 환경부 공모 신청 전에 재정사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B시의 한 관계자는 "각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민간투자 사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민자로 할 경우 초기 비용은 낮출 수 있지만, 매년 막대한 운영비를 업자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오히려 지방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구미시는 사업 방식을 정하는 초기에 민투방식 이외에 다른 검토가 없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제3자 공고'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제안 검토가 가능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3자 공고'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민간투자'방식만 제안 가능할 뿐 재정사업 등 다른 방식은 고려되지 못한다.

◆또 다른 대안 '기부채납' 방식 제안 들어왔지만 '묵살'

올해 초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과 관련해 한 업체가 '기부채납' 방식을 제안했지만, 구미시가 이를 외면한 것도 이미 정한 민간투자 방식의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낳는다.

기부채납 방식은 사업자가 100% 시설을 지어 구미시에 기부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가지는 조건이다. 국·도비는 물론 구미시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부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미시의 수익형 민자사업(BTO) 매뉴얼은 타 제안이 있을 경우 제안서에 대한 검토 및 평가를 하게 돼 있지만 이 또한 무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환경부 공모 사업 선정도 애초에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기부채납 방식이 법령과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부채납의 전체 사업비가 민간투자보다 400억원 이상 저렴하고, 국민의 혈세인 국비도 아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증에 나서지 않는 구미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미시의 유기 폐기물 통합 처리 시설 규모를 볼 때 민자 방식의 사업비가 1천700여 억원이라는 것은 너무나 부풀려져 있다"며 "공사를 하면서 해당 업체가 투자 부분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던 구미시의회도 민간투자 사업방식 동의로 '선회'

민간투자 방식에 대해 반대하던 구미시의회도 돌연 해당 사업 추진에 동의한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구미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제262회 임시회 현안 질의에서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민간투자 사업을 두고 구미시에 재정사업 방식을 고려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시의회는 민간투자 방식 참여 업체의 과도한 이익을 지적하면서 "구미시가 재정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기존 시 부담 예산 152억원에 210억원만 추가하면 운영비를 아낄 수 있어 이득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 임시회에서는 구미시의회가 해당 사업에 대해 입장을 바꿔 민간투자 사업안에 대한 동의안을 의결했다.

당시 건설산업위원회 시의원들은 지난해 임시회 때와는 달리 여러 사업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통과시켰다. 다른 대안의 검토보다는 '광역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민간 투자 방식에 대한 가·부결만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구미시의회 C시의원은 "민간 투자라는 이유로 진행 중인 공모 사업을 중단하면 국비 지원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이 의결됐다"며 "시의회에서는 '민간투자' 방식의 환경부 공모 사업에 대한 의결을 할 수 있었을 뿐, 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것은 구미시가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A건설사의 최초 제안과 시의회 동의안 의결이 있어도 제3자 공고에서 타 업체가 좋은 제안을 하면 사업 내용이 바뀔 수 있다"며 "공공투자관리센터의 타당성 및 적격성 검토 완료 등 적절한 절차에 맞춰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키워드=광역(구미·칠곡)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

경북 구미시는 지난해 2월 환경부가 추진하는 시범사범 공모에 선정돼 칠곡군과 통합으로 음식물, 가축분뇨, 하수 찌꺼기 등 580톤(t)/일 유기성 폐자원을 재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시설 설치 사업은 현재 칠곡군 석적읍 중리 일대에 있는 노후화(1987년 준공)된 구미하수처리장에 바이오가스 추출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총 사업비 1천767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민간투자(BTO-a)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번 사업은 총 사업비 1천767억원 중 국비 975억원(55%), 도비 73억원(4%), 구미시비 146억원(8%), 칠곡군비 25억원(1%), 민간 548억원(31%)이 투입된다.

현재 구미시는 '제3자 공고'를 앞두고 있고, 오는 2025년 착공해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역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 추진 과정

A업체 '민간투자 사업' 의향서 제출(2020년 7월) → A업체 의향서 토대로 구미시가 환경부 시범사업 공모 신청 및 선정(2022년 2월) → A업체의 사업 제안서 제출(2022년 3월) → 공공투자관리센터의 타당성 및 적격성 검토 완료(2023년 1월) → B업체 기부채납 방식 제안(2023년 4월) → 구미시의회 동의안 의결(2023년 4월) → 제3자 공고(2023년 8월) → 우선협상대상자 지정(2023년 10월) → 실시 협약(2024년 5월) → 공사 착공(2025년 1월) → 공사 준공(202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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