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화상 치료로 고통받는 2살 아들…지켜보는 엄마·아빠는 더 고통스럽다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에 '막막'
전기포트 건드렸던 아들…몸 대부분 진피 속까지 손상
입원비 힘겹게 해결했지만 향후 재활수술 3천만원 들어

지난 14일 강예은(가명·31) 씨와 정현택(가명·32) 씨 부부가 지내고 있는 교회 예배당에서 아들 우진(가명·2)이가 건강해지길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4일 강예은(가명·31) 씨와 정현택(가명·32) 씨 부부가 지내고 있는 교회 예배당에서 아들 우진(가명·2)이가 건강해지길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기다렸던 버스를 다섯 번이나 그냥 보냈다. 택시를 타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강예은(가명·31) 씨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 안 너른 구역에 자리 잡았다.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버스 기둥에 기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불쾌하고 익숙한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근처 좌석에 앉은 노인 하나가 유모차 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초여름 날 한쪽에만 토시를 껴입은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노인의 시선은 토시를 타고 미끄러져 아이의 손에 다다랐다. 퉁퉁 붓고, 울긋불긋한 손이었다. 곧바로 "아유, 어쩌다 이렇게 다쳤냐"는 가벼운 탄식이 그 입에서 튀어나왔다. 예은 씨는 미리 마음의 가드를 올렸다.

"니가 무슨 죄가 있냐…. 니 부모가 잘못해서 그렇지."

익숙하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은 예은 씨만 감내하면 될 수모였다. 하지만 앞으로 이 조그마한 아이는 얼마나 마음을 다쳐야 할까. 얼마나 많은 멸시와, 비웃음과, 순수를 가장한 악의를 마주해야 할까. 유리 조각을 삼킨 듯 가슴이 괴로워졌다.

◆행복만 주고 싶었는데… 한순간 녹아버린 아들의 피부

예은 씨와 그의 남편 정현택(가명·32) 씨는 꿈이 같았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현택 씨의 아버지는 한평생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었다. 늘 비정규직, 단기직으로 섬유공장이나 철근공장 등을 전전했다. 어머니는 자전거를 타며 우유배달을 하셨다. 현택 씨도 어른이 되기 전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날 동안, 현택 씨는 소금 공장에서 육중한 소금포대를 지게차까지 나르고, 자동차 공장에서 브레이크 부속품을 조립하고, 건설현장에서 쇠파이프와 목재를 옮겨야 했다. 예은 씨네도 사정은 비슷했다. 건설현장 일용직, 용접공 등으로 잠깐씩 일할 뿐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흔들림 없는 평야에 선 이들이 부러웠다. 평야를 바라보며 비탈을 오르던 둘은 교회라는 교차점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은 원래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였다. 그러다 교회 지인을 통해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예은 씨가 본 현택 씨는 숫기는 없지만 세심한 남자였다. 지갑이 낡았다고 중얼거리던 걸 기억하고, 선물로 사 온 지갑을 무심히 건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현택 씨 역시 예은 씨의 세심하고 다정다감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모든 건 변명인지도 모른다. 그저 뚜렷한 이유 없이 좋았다, 서로가. 현택 씨와 예은 씨는 그해 3월 결혼식을 올렸다.

대학에서 청소년교육을 전공한 예은 씨는 27살부터 교회가 세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신혼생활은 이 교회 안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시작됐다. 가난한 어린 부부를 위한 교회 측의 배려였다. 따뜻한 배려와 사랑 속에서 우진(가명·2)이 태어났다. 아기들은 걸핏하면 아프다던데, 기특하게도 우진이는 잔병치레 하나 없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주길…. 매일 밤 부부는 기도했다.

그 기도가 하나님에게 닿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지난해 10월, 사고는 예은 씨가 우진이 우유를 태워주려고 잠시 고개를 돌린 찰나의 순간에 발생했다. 생후 10개월밖에 안 된 우진이가 까치발을 들고 팔꿈치를 선반 위에 올렸고, 그 위에 있던 전기포트를 건드리고 말았다. 포트 안 펄펄 끓는 물이 우진이에게 고스란히 쏟아졌다.

정말로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극이었다. 우진이는 왼쪽 팔 전체와 손바닥 및 손가락 3개에 심재성 3도 화상을 입었다. 가슴과 배, 왼쪽 허벅지와 아래 다리, 왼쪽 발등과 발바닥, 오른쪽 발바닥은 심재성 2도였다. 우진이 몸 대부분이 깊은 화상으로 진피 속까지 손상된 것이었다.

◆ 재활 수술에 드는 1천만원 어디서 마련하나 '막막'

간단한 응급처치 후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안고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갔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화상을 볼 수 있는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거기서 구급차를 불러 화상 전문 병원으로 가 긴급 치료를 받았다. 다음 날 입원 수속을 밟고 3일 뒤 죽은 피부를 긁어내는 '가피절제술'을 받았다.

화상이 무섭다는 건 고통의 크기에서만 나온 말이 아니었다. 10~12월 2달 입원비로 1천600만원이 나왔다. 사방팔방 뛰어 국가로부터 긴급의료비로 600만원을 지원받고, 우진이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한 재단에서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나머지 돈은 시댁과 친정에서 빌린 돈을 보태 마련했다. 입원치료가 끝났을 뿐이었다. 우진이는 간헐적인 수포 발생으로 인한 화상 치료와 이 과정에서 교원질 섬유(콜라젠)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발생한 비후성 장애와 멜라닌 세포 이상 등으로 매일 병원에 다녀야 한다. 화상으로 피부가 오그라들면서 손가락과 팔꿈치, 손목 등을 제대로 펴지 못하게 돼 재활 치료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현재 예은 씨가 우진이를 데리고 화상병원은 매일매일, 재활병원은 일주일에 3번 다니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사무소와 어린이재단 등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해결했다. 문제는 다음 달 받아야 하는 재활 수술이다. 이 수술은 보험 적용이 안 돼 한번 받는 데만 1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심지어 한번이 아니고 3번 정도 받아야 한다고 한다. 3천만원은커녕 부부에겐 한 달 교통비 25만원도 버겁다. 현택 씨는 2019년 12월 사고로 인한 십자인대파열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며, 예은 씨도 우진이를 데리고 매일 병원 다녀야 해 학교 일을 그만뒀다. 그래서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으로 받는 정부보조금 25만원과 현택 씨가 유급봉사로 교회에서 받는 30만원이 한달 수익의 전부다.

오늘도 잠에서 깬 우진이가 붕대를 뜯고 온몸을 긁어 대기 시작한다. 부부는 괴로워하는 아이를 붙잡고 다시 붕대를 둘렀다. 칭얼대며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옆 예배당으로 향했다. 안정적인 가정 따위는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비탈이든 낭떠러지든, 어디든 서 있을 테니 제발 우진이만 건강하게 해달라고, 그거면 된다고 부부는 기도했다.

이번엔 하늘에 닿았을까.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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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코로나·이혼·태풍 피해 연달아 맞닥뜨린 가운데 홀로 ADHD 및 지적장애 첫째 아들과 심한자폐성장애 있는 둘째 아들 키워야 하는 박신지 씨에게 2,370만원 전달

코로나·이혼·태풍 피해를 연달아 맞닥뜨린 가운데도 홀로 장애가 있는 두 아들을 키워야 하는 박신지(매일신문 7월 4일자 10면) 씨에게 2천370만4천100원을 전달했습니다.

▷김동현 7만원 ▷안현숙 5만원 ▷이창영 5만원 ▷장인아 5만원 ▷진국성 5만원 ▷권규돈 3만원 ▷신장미 3만원 ▷이현목 3만원 ▷조진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우수정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강명은 1만원 ▷황성광 1만원 ▷김진혹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일찍 여의고 13살때부터 섬유공장서 고강도 노동 시달리다 능력 인정받고 회사 차렸으나 부도나서 빚 독촉 시달리며 독거 중인 김흥춘 씨에게 1,909만원 성금

13살 때부터 섬유 공장에서 일하다 능력을 인정받고 회사까지 차렸으나 부도와 이혼 이후 빚 독촉에 시달리며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는 김흥춘(매일신문 7월 11일자 10면) 씨에게 43개 단체, 124명의 독자가 1천909만8천619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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