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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노와 증오 속에 실질적 안전 대책은 뒷전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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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 웃는 얼굴을 보인 충북도청 간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하차도 현장 방문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는데, 사진 속 충북도 공무원의 웃는 표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언론들이 이 사진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사람이 죽었는데 재밌느냐? 소름 끼친다.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나. 상황 파악 못 하는 공무원들 다 잘라야 한다' 등.

해당 공무원이 인명 피해가 난 것이 즐거워서 웃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 공무원은 한순간 그런 표정을 지었을 것이고, 많은 표정 중에 딱 그 표정을 누군가가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을 것이다. 공무원이 국가적 참사 현장에서 웃는 표정을 지은 것은 적절치 않았다.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하필 웃음 띤 얼굴을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람, 그걸 경쟁적으로 퍼 나르며 분노를 자극한 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오직 눈길을 끌고 보자'는 식의 옐로 저널리즘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실이었던 진도 체육관에서 쪽잠을 자며 자리를 지켰던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당시 야당 정치인, 좌파 성향 언론, 일부 국민들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이른바 '황제 라면' 파문이었다. 식사 시간을 지나 컵라면 하나 먹는 것조차 '사악하고 염치없는 범죄'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얼마 후 그는 장관직에서 해임됐다.

거대한 재난과 사회적 슬픔에 직면할 때마다 한국인들은 합리적으로 원인을 찾지도, 객관적으로 책임을 묻지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도 않는다. 비난하고 분노를 터뜨릴 대상을 찾는 데 골몰하고 정쟁으로 몰아갈 궁리를 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제물이 되고 분노는 가라앉지만, 재난의 원인은 그대로 남는다. 한국 사회의 과잉된 정치 의식이 한쪽에서는 '분노'로, 다른 쪽에서는 '말잔치'로 소비되는 동안 재난 예방과 안전 대책은 겉돌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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