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건설 특권층으로 지목된 LH…대한민국에는 특권층이 왜 이리 많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을 빼먹은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나자 LH '전관예우'가 부실을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H 퇴직자들이 관련 업계에 광범위하게 재취업, 설계나 감리 등에서 짬짜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고 결국 철근 누락이 걸러지지 않은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일 '이권 카르텔' 혁파를 강한 어조로 지시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관예우가 수치로 확인됐다.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 사이 LH 3급 이상 퇴직자 604명 중 계약 업체 재취업자는 304명(50.3%)으로 무려 절반이 넘었다. 같은 기간 LH는 전체 계약 1만4천961건 중 3천227건(21.6%)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실제 맺었다. 또 2018년부터 2021년 4월까지 LH는 건축 설계 공모 294건 중 193건(65%)을 퇴직 직원 보유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LH는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엘피아'(LH+마피아)라는 오명을 썼다. 그런데 또다시 부실 공사를 부른 이권 카르텔의 본산으로 지목받았다. LH 직원들이 현직에 있을 때는 선배들이 있는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퇴직 후에는 관련 업체에 들어가 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는 식의 형님 좋고, 아우 좋고 식 악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특권층에 LH도 가세한 것이 드러났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꾸려져 온갖 공짜 특혜에다 연봉 1억5천여만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 급여를 받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촉구하고, 서민들은 상상도 못 할 고액 수임료로 이어지는 법조계의 전관예우까지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특권층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세다. 국민들은 특권층이 왜 이리 많은지 묻고 있다. LH는 전관예우 등 근절 방안을 내놨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정치권에 빚이 없는 '0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 해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권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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