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묻지마 흉악 범죄 빈발, 특단 치안 대책 있어야

불특정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묻지마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 13일 만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면 시민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와 같다. 범인은 승용차를 인도로 몰아 5명을 치고,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상이다. 이 사건 이후 여러 건의 모방 범죄도 예고됐다. 시민들은 SNS에 살인 예고 장소 목록를 공유하며 불안에 떨었고, 경찰은 해당 지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긴장했다.

신림역·분당 사건 모두 대낮과 퇴근 시간에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인근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붐비는 일상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무동기·이상동기 범죄자의 대부분은 사회에 강한 불만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 고위험군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들의 정신 건강 관리 등에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위험군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고 더 큰 범죄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자, 2010년 '외로운 늑대가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소'라고 규정했다. 외로운 늑대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로 표출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미국 법무부는 CIA 경고 이후 관련 사건 124건을 분석해 대책을 세웠고, 수십 건의 테러를 막았다. 우리 사회의 묻지마 범죄도 미국의 자생적 테러와 비슷한 점이 많다.

3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묻지마 범죄와 관련,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치안 당국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분당 사건의 범행 동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유사 범죄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인구가 밀집한 곳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방범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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