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 위협하는 테러, 커져가는 '칼부림 포비아'..."외출 자제가 최선"

칼부림 사건 잇따르자 시민들 일상 위협받아
주위 경계하며 걷고, 호신용품 알아보는 사람 상당수
경찰 "시민들 불안감 해소되도록 최선 다할 것"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됨에 따라 다중밀집시설을 대상으로 순찰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7시쯤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 차량의 모습. 박성현 기자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됨에 따라 다중밀집시설을 대상으로 순찰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7시쯤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 차량의 모습. 박성현 기자

"사주경계하면서 걸어가자. 혹시 모르잖아"

지난 5일 오후 6시쯤 찾은 대구 중구 약전골목. 이곳을 지나가던 중년의 남성 3명은 목적지로 걸음을 재촉하는 내내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누군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들은 "우리도 이런데 여성들이나 노약자들은 얼마나 무섭겠나"라며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 일찍 귀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약 2주 만에 경기도 성남 서현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틀 새 50여 건의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이날 반월당역 지하상가 중앙분수대 인근 벤치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평소에는 더위를 피하러 온 어르신들과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쉽게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주위로는 많은 시민들이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 듯했다.

더위를 피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는 강동섭(73) 씨는 "저번 주말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더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요즘 지하철역 근처에서 흉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 것 같다"며 "나도 아이들이 연락이 와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칼부림뿐 아니라 각종 살인 예고글에 피로도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강준수(29) 씨는 "수도권뿐 아니라 최근에는 대구경북에서도 살인 예고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혹시나'하는 마음이 크다"며 "아무리 온라인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는 것도 큰 문제인 만큼 관련 처벌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강력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칼부림 포비아'(phobia·공포증)에 몸서리를 쳤다. 반월당역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이언(19) 씨는 "계속해서 칼부림 사건을 언론 보도로 접하다 보니 불안감이 커지고 집 밖에 나설 때마다 걱정이 많이 돼 일부러 뉴스를 안 보려고 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외부 활동도 자제하는 편"이라고 했다.

동대구역에서 집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장소정(24) 씨는 "안 그래도 칼부림 사건 때문에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이 난리다. 서로 호신용품 정보를 공유하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대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며 "동대구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경찰을 선제적으로 배치해 범죄 억제 효과를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동대구역 역사 안에서는 철도경찰들이 2인 1조로 순찰을 하고 있었고 역사 밖 광장에는 형사 2명이 상황 대기를 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특공대와 기동대가 도심 내 주요 장소에 순찰을 하고 있고 자율방범대 등 지역 협의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며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되자 5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선 경찰 특공대가 특별순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되자 5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선 경찰 특공대가 특별순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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