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일상 속에 이어진 소통 단절과 고립 상태가 '살인 예고' 글과 연관성이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위기가 왔을 때 대처 자원이 없는 젊은 세대의 경우, 단절과 고립으로 인해 축적된 문제들을 '살인 예고'와 같은 잘못된 폭발로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최근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달아 올라온 '살인예고' 글과 관련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인한 연결이 약화 되고 1인 가구가 정말 많아졌다. 어딘가에서 고립되고 절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본에서도 2000년대 중반 자살률이 피크고, 이어서 아키하바라 사건이나 비슷한 70여 건의 테러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며 "시민에 대한 무차별 테러로 보는 시각에선 '외로운 늑대'라고 표현한다. 고립된 위험한 개인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고 설명했다.
'외로운 늑대'란 전문 테러 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이르는 말로, 특정 조직이나 이념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는 특징이 있다.
백 교수는 코로나19로 장기화된 '단절' 상태가 이같은 외로운 늑대를 양산했을 가능성을 짚었다. 특히 재난이 닥쳤을 때 경제력 등 아무런 자원이 없는 젊은 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백 교수는 "피의자가 20~30대가 많고 예고글을 올린 청소년들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게 코로나 시기에 청소년 청년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세계적이지만 피해가 제일 컸다"며 "코로나는 지났는데 그동안 축적된 문제가 정신건강, 자살, 소진, 경제적 어려움이 폭발하는 걸 경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작년에 어떤 대학생의 자살 사망 이후에 애도를 도우러 갔다가 학생들을 만나다 깜짝 놀랐 적이 있다. 이 친구를 1년간 만난 학생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한 거다. (그 정도로 )고립된 학생이 있었던 거다"고 언급했다.
백 교수는 "재난이 왔을 때는 대처할 자원이 있는 사람보다, 새로 시작해야 하거나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때문에 젊은 층이 더 타격받고 고립되고 어디선가 분노, 절망을 감추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사례 가운데 10대 청소년들이 절반 이상인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되는 지'를 묻는 진행자 말에는 "일부는 119에 장난 전화하듯이 개인적 일탈 수준인 것도 있지만, 실제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가해자들도 온라인에서 (테러를) 예고한 것들이 해외에서 많이 보고됐다. 젊은 세대가 많고, 심각성이 있다"고 답했다.
백 교수는 거듭 "환자분 중에 한 분이 '삼촌한테 고민을 얘기해서 참 위로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는) 가족의 힘이 약화되고, 가족 안에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고립된 청소년, 청년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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