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장한 특공대 수십명이 공항에"…살인예고 글 하나에 경찰력 낭비 심각

"9일 대구공항 폭탄 테러하겠다" 게시글에 특공대·장갑차 배치
짐가방 폭탈물로 오인해 한때 소동 벌어지기도…시민들은 불안감 드러내

7일 대구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테러와 강력범죄에 대비해 순찰을 하고 있다. 전날 밤 대구공항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실제 위험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7일 대구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테러와 강력범죄에 대비해 순찰을 하고 있다. 전날 밤 대구공항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실제 위험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9일 오후 1시 대구국제공항. 평소라면 여행 전 설렘으로 부산스러웠을 이곳엔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공항 건물 밖에는 순찰차와 기동대 대형버스 등 차량 5대가 경광등을 반짝였고, 내부에는 소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원과 왼손에 방패를 든 기동대원 20여 명이 순찰을 돌았다.

흡사 범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에 공항을 방문한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항 수속을 기다리는 이들은 무장한 경찰들을 힐끔거리며, 휴대전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검색하는 듯 보였다. 부모의 손을 잡고 이동하던 어린이들은 무장한 특공대원을 보며 "총이다", "신기하다"는 등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은 대구공항에 폭탄테러와 무차별 칼부림이 예고된 날이었다.

최근 대구공항에서 폭탄테러 등 살인을 하겠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등장한 가운데 경찰이 특공대와 장갑차 등을 가용해 삼엄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사전 수색 결과 별다른 테러 의심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6일 오후 11시 16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8월 9일 대구공항에 폭탄테러를 할 예정이다. 폭탄 설치 다 해놨고 차로 밀고 들어가서 흉기로 사람들 다 찔러 죽이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이 발견된 직후 경찰·군·국정원 등이 모여 테러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 테러 의심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테러를 예고한 9일이 되자 경찰은 다시 한번 경비를 강화하고 수색에 나섰다.

9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대구공항에는 기동대, 특공대, 형사 등 60여 명과 장갑차 1대가 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경력들이 순차적으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갈 때까지 수색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공항 측도 자체 경비원 62명을 배치해 보안을 유지했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기존에도 24시간 순찰 체제를 가동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큰 만큼, 순찰 코스를 더 늘리고 폭발물 탐지 활동도 강화했다"라며 "상황이 해제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비상사태 대응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에는 1층 대합실에 장시간 방치된 짐가방을 폭발물로 의심해, 경찰과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1시간 가까이 조사에 나서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후 주인이 일을 보기 위해 짐가방을 두고 자리를 떠나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려했던 사고는 없었지만, 현장의 긴장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난데없는 살인 예고와 삼엄한 수색 작업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기다린다던 이은지(26) 씨는 "오늘 공항에서 폭탄 테러 예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됐다. 갑자기 공항에 경찰이 많이 있어 놀랐다"며 "최근 각종 테러가 계속해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매일 아침 뉴스를 확인한다. 친구들 중에서는 호신용품을 들고 다니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는 공항·항공사 직원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항공사 직원은 "폭탄 테러뿐 아니라 최근 다중밀집시설을 대상으로 한 사건, 사고가 잦아 사무실 문단속을 철저하게 하고 공항 내 시설을 이용할 때도 주변을 경계하면서 다닌다"며 "다행히 오늘은 경찰병력들이 곳곳에 순찰을 돌고 있어 안심"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당 글의 게시자를 계속해서 추적 중이다. 대구공항뿐만 아니라 인천, 김해, 부산, 제주공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어 타 경찰청과 공조해 관련성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9일 오전까지 '살인예고' 글 작성자 중 6명이 구속됐다. 이들에겐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살인예고 등 혐의가 적용됐다. 구속된 6명은 모두 남성으로 10대와 20대가 각각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국제공항에서 소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 4명이 순찰을 다니고 있다. 박성현 기자
9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국제공항에서 소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 4명이 순찰을 다니고 있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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