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 죽도어시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상인들의 걱정이 한가득했다.
한 상인은 "요즘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는 데다가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부터 손님이 계속 줄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왜 이렇게 우리를 못살게 구나.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도, 당장 큰 일 날 것처럼 떠드는 언론과 정치인들도 다 밉다"고 토로했다.
죽도어시장 내 횟집골목들은 잠잠했다. 평소 같으면 자기 가게 물건을 자랑하느라 분주했을 상인들은 이날만큼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오염수 관련 뉴스를 들여다봤다.
죽도어시장 횟집골목 내 상인 A씨는 "뉴스 내용보다 댓글들을 주로 봤다. 사람들이 수산물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댓글마다 나타나는데 속이 썩는 것 같다"며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부터 각종 괴담이 떠돌며 광어·우럭 매출이 급감했다. 1kg에 1만2천원 하던 우럭이 7천원대로 반토막 났을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경북 동해안지역 대부분 수산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국민 상당수가 우려하는 상황에서, 방류가 되면 손님이 오겠나. 횟집은 이제 끝"이라며 "이 일대 횟집 사장 90% 이상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울진지역 자망어선 선주 C씨도 "조업을 해봤자 오염수 때문에 정상적인 위판이 될지 의문이다"며 "결국 수산물 소비 둔화는 조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최악의 경우 어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오염수 이슈가 부각되면 될수록 수산물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될까 봐 지역 수산업계로서는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어민단체의 경우 24일에 규탄 궐기대회를 진행하자는 얘기가 오갔으나 '괜한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에 없던 일로 했다.
방류 후 만약에 오염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오히려 기다려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이다.
포항 구룡포수협 관계자는 "우리가 오염수 문제로 떠들면, 우리가 스스로 오염수로 수산물이 위험하다고 하는 꼴이 아니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울화통만 쌓인다"면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꾸준히 방사능 검사를 해왔다. 지금껏 안전했고, 앞으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수산업계에서는 왜곡된 정보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싶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정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요구이다. 아울러 오염수 방류에 사실상 찬성의 뜻을 보인 정부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주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이 사안을 정쟁화하며 여야 간 극명히 엇갈린 주장을 하니 국민은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며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수산업계 보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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