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 죽도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정부의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올 것이 왔다"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와 달리 호객행위를 멈춘 채 각자 스마트폰 속 오염수 관련 뉴스만 들여다봤다.
죽도어시장 횟집골목 상인 A씨는 "사람들이 방사능 수산물을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뉴스 댓글마다 나타나는데 속이 썩는 것 같다"며 "이미 몇 달 전 방사능 괴담이 떠돌며 광어·우럭 매출이 급감했다. 1㎏에 1만2천원 하던 우럭이 7천원대로 반토막 났다"고 한숨 쉬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경북 동해안 전역이 침통한 분위기였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 인근 횟집 주인 B씨는 "국민 상당수가 오염수 위해를 우려한다. 횟집은 이제 끝이다. 이 일대 횟집 사장 90% 이상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울진지역 자망어선 선주 C씨도 "조업을 해봤자 오염수 때문에 정상적인 위판이 될지 의문이다"며 "결국 수산물 소비 둔화는 조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최악의 경우 어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오후, 경북 등지 수산물을 대거 유통하는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수산동 상인들도 시름에 빠져 있었다.
상인 김성옥(65) 씨는 "정치권에서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도 좋지만 언급 자체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과학적으로 괜찮다고들 하는데 소비자 심리는 그게 아니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매출이 7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매천시장에서 손님보다는 그들을 기다리는 상인이 훨씬 많아 보였다.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과 장 보러 온 주부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점포 불조차 켜지 않았거나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넋 놓고 앉은 상인도 많았다.
정주용(66) 매천수산 부사장은 "차라리 '오염수' 말이라도 안 나오면 좋겠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곤 하는데 정치권, 언론 등에서 워낙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손님들이 동요한다"며 "애꿎은 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와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경북 수산업계는 오염수 이슈가 부각될수록 수산물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될까 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일부 어민단체에선 오는 24일 규탄 궐기대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에 없던 일로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고, 어민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달에 2번씩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고중근 매천수산시장대표자연합회 회장도 "8개 법인이 자체적으로 방사능 검사용 장비를 수소문 중"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현재 도 어업기술원과 포항시가 총 4대 보유한 감마핵종분석기를 연말까지 경주시·영덕군·울진군에 각 1대씩 추가하고, 어업기술원에 베타핵종분석기도 추가한다.
어종별 방사능 검사 시료를 수집하는 대상지와 횟수, 분석 빈도(분기·월 1회→주 1회)와 품목(기존 요오드·세슘에 삼중수소 추가)도 확대하며 어업인 경영안정 지원책(방사능 검사비 도비 5천만원, 어민 영어자금 상환 연기 및 이자지원 10억5천만원)도 도입한다.
오는 28일에는 포항에서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인 가운데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 세미나'를 열고 수산물 안전 현황과 대책을 논의한다.
문성준 경북도 해양수산과장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검사를 확대해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고, 수산물 소비 저하에 대응해 소비 진작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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